| 우연한
기회에 광주·전남지방병무청 병무홍보요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처음엔 대충 활동하고
홍보 수당이나 받으면 되겠지 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활동을 계속하면서 병무청이란 곳을 자주 접하다보니
그 속에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은 교내 인터넷 방송국 국장을 하면서 당시 많은 학생들에게 불신을
받던 징병검사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광주·전남지방병무청
징병검사장을 찾았다. 내가 징병검사를 받았던 5년 전의 징병검사를 생각하고 가 본
그곳은 실로 충격 그 자체였다. 병적기록표가 아닌 개인별신분인식카드가 발급되고 있었으며, 징병검사과정을
완전 전산화하여 병역처분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신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컨텐츠(동반입대, 입영열차 등)를 마련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순간 바로 변화와 개혁의 중심에 서 있는 병무청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국민들은 병무청의 이런 실상은 모른 채 좋지
않은 이미지만을 갖고 있어 안타깝다. 현재 광주MBC VJ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병무청이 국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입영열차를 스케치, 이를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한다면
좋은 효과를 얻을 것 같다고 판단, 제작에 들어갔다.
‘03.2.25(화) 입영열차(광주⇔의정부) 취재를 위해 이른 새벽
광주역에 도착했다. 대합실을 가득 메운 환송객, 따뜻한 차를 준비하고 있는 병무청 직원들의 모습,
이별을 아쉬워하는 연인들의 장면 등을 분주히 카메라에 담았다. 잠시 후 열차가 기적소리를 울리자
한 학생이 플렛홈에서 부모님께 “잘 다녀 오겠습니다”하며 큰절을 올린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님은
말없이 눈시울만 적신다.
이런 광주 역의 풍경을 뒤로하고 의정부행 입영열차에 올랐다. 아버지
없이 혼자 길러온 외아들을 입대시켜야 하는 어머님의 사연, 지난 사랑이야기를 나누며 꼭 잡은
두 손을 놓지 않던 연인들, 기차 연결 통로에서 밖을 쳐다보면서 담배만 피우던 학생, 이런 저런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던 중 잊혀지지 않는 한 가족의 사연을 여기에 소개하고 싶다. “우리 아이는
시력이 너무 나빠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 받았지만 굳이 현역으로 가기 위해 라식 수술을 받고 현역병으로
입영했습니다”. “전 군복무가 시간 낭비라 생각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기 계발의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당연히 남자는 군에 갔다 와야죠”며 카메라 앞에서 수줍게 미소 짖는 얼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저런 사연을 취재하는 동안 열차는 의정부역에 도착했다.
원래 군부대 내부는 보안상 취재가 불가능한 곳이나 306보충대의 협조와 도움으로 진정한 군인이
되어 가는 과정들을 밀착 취재 할 수 있었으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취재를 마치고 광주로 돌아오는 기차에 올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자리에
짧은 머리의 아들이 앉아 있었던 빈자리 때문인지 부모님들은 말없이 창 밖만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 했다.
흔들리는 창가 불빛들이 눈에 익숙하다. 광주역 도착소식을
알린다. 몸은 지쳐갔지만 병무행정 홍보에 조금 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에
뿌듯함이 자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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