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의
군대보다 시설과 복지, 학력이 더 나아진 요즈음의 신세대 군대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성추행의 사고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 할 길이 없는 것이다. 전군의 모든 내무반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성추행이 사라지도록 고참들의 사려 깊은 지휘와 선비제도의 시행을 권장해본다.
육군본부 일반명령 제37호 “구타와 가혹행위를 행한 자는 군사재판에
회부하고 군 교도소 수감기간 만큼 군 복무를 연장한다.”
내가 군대 생활하던 ’79년도 당시 부대 내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전군에 하달된
육군참모총장의 명령서이다.
24년 전의 이 명령서가 지금도 존속하고 유효한지를 육군에 복무중인 친구에게 물어 보았다. 그
이유는 구타와 성추행 등으로 군 생활 중 자살하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어, 구타와 가혹행위를 근절하였던 군대에서의 나의 경험담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1978년 3월부터 80년 11월까지 육군 제2하사관학교에서 복무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구타와
가혹행위가 정말 가혹했다. 한 내무반장은 화장실 청소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졸병들을 화장실바닥에서
뒹굴게 하고, 어느 고참은 졸병들이 다정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곡괭이로 구타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결국 그들은 구타와 가혹행위가 적발되어 이등병으로 강등되고, 군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들이
다른 부대로 전출 가기 위해 ‘따블백’을 챙길 때는 모두 함께 울었다. 그 고참들은 눈물로 후회하고,
맞았던 졸병들은 전우의 불행을 보고 함께 울어야만 했다. 그러나 더 큰 불행은 그러한 비극적인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는 계속 되었다는 사실이다. 구타가 있을 때마다 난 늘
다짐했다. 고참이 되면 절대로 구타나 가혹행위를 하지 말자고.
세월이 흘러 제대 1년을 남겨두고 내무반장이 되었다. 나는 물론 동기들도
과거의 고참들에게 당했던 구타를 졸병들에게 되물림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늘 다짐했던
것처럼 ‘어떻게 하면 구타와 가혹행위가 없는 내무반을 만들까’하는 생각으로 노심초사 하였다.
궁리를 거듭한 끝에 “내무반의 선비제도”를 창안하였다.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가
선비제도의 철학이었다.
내무반의 양쪽 침상에 고참렘태?구별 없이 1주일 기간으로 “선비”를 임명하였다. 임명된 선비는
1주일간 불침번, 식사당번, 청소, 각종 사역 등이 열외 되었다. 선비의 임무는 오로지 내무반장이
추천해 준 책을 읽고 목요일 정훈활동 시간에 독후감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내무반원들은 독후감을
듣고, 서로 마주보며 토론을 벌였다. 때론 한 쪽 선비에겐 기독교서적을, 다른 선비에겐 불교서적을
읽게 한 후 불교와 기독교에 대해 종교적인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다. 난 배려하는 마음이 길러질
수 있는 책을 선정하고자 나름대로 고심하면서 외출 때마다 책을 사오곤 하였다.
임명된 선비는 부피가 두꺼운 책을 다음 정훈활동 시간까지 독파하고 독후감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불침번보다 더 잠을 자지 않고 독서를 해야만 했다. 그래도 모든 내무반원들은 싫은 듯 좋아하면서
선비로 임명되는 것을 내심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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