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또한 복잡하게 이어집니다. 원래는 신잉글랜드인들이 프랑스혁명과 미국독립에 영향을 받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고 시작했던 것이 오히려 완전합방(1800)을 이루게 되는데, 때문에 강해진 반영(反英)감정은 ‘진정한 아일랜드성'이 무엇인가를 두고 구잉글랜드인과 신잉글랜드인의 대립을 낳게 됩니다.
그리고 독립운동은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영화를 보면 아일랜드인들은 영국군인을 “신교도 깡패”, 영국 군인은 아일랜드사람들을 “가톨릭 돼지들”이라며 끊임없이 욕설을 주고 받는 데 거기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이때 운동을 방해한 가장 악질 영국 지주 중에 보이콧이라는 사람이 있어 불매운동이나 어떤 일을 공동으로 절교하여 배척하는 일의 의미가 된 보이콧(boycott)이란 말이 생겨나게 되지요. 결국 독립은 신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던 얼스터(북아일랜드)를 영국령으로 남기면서 타협을 보게 됩니다. 아일랜드는 남과 북으로 갈라지죠.
이 분단 상황으로 야기된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아버지의 이름으로]입니다. 10여 년 전쯤 상영되었는데, 억울하게 옥에 갇힌 주인공의 아버지가 숨을 거둘 때 수인자들이 각방에서 불붙은 휴지를 날려 보내 조상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지요. 우리 드라마에서도 몇번 패러디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비극적 상황은 지식인들에게 끝없는 고뇌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유명한 영국 작가들 중에는 아일랜드 출신들이 많습니다.
[걸리버 여행기] 의 조나선 스위프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오스카 와일드, 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와 조지 버나드 쇼.
이들의 불안, 즉 완전한 잉글랜드인도 아일랜드인도 될 수 없는 존재적 모순이 위대한 문학을 낳게 한 것 아닐까요. 일제 때 우리 작가 이상(李箱)이 주로 구사한 ‘자동기술법'이란 문학 기법은 이곳 출신인 제임스 조이스에 의해 시작되었고, 사무엘 베케트 역시 [고도를 기다리며]란 작품으로 현대 부조리 연극의 기수가 되었습니다.

보수(保守)란 그것을 지킬 가치가 있을 때 따르게 되는 마음 자세입니다. 그러나 더블린 출신 잉글랜드 작가들은 그 어느 전통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거고 그러한 불안과 저항이 새로운 문학기법을 낳게 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임스 조이스나 사무엘 베케트는 영국이나 아일랜드를 떠나 제3국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내는데, 사무엘 베케트는 노벨문학 수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지요.

감독은 3년 전 소개했던 <빵과 장미>의 캔 로치입니다. [빵과 장미]가 무거운 주제에 유머를 가미한 작품이라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무거운 주제지만 짙은 서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이 짙은 서정성은 주제의 선명도를 높여주구요. 영상는 무겁지만, 상업주의와는 상관없는 이러한 작품들 때문에 영화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한 몫 할 수 있는 것이고, 거기서 우리는 영화의 힘과 가치를 느끼게 되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