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30분을 쉼없이 달려 밤 10시 10분, 1차 목적지인 환인에 도착했다. 이정도 시간은 중국에서 이웃집 친구를 만나러 가는 정도라니 과연 중국은 중국인 듯싶다.
숙소인 호텔 1층에서 상견례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다. 다소 생소한 중국음식인데다 늦은 저녁이라 다들 식사량은 많지 않았다.
출발 전부터 현지의 숙박시설이 시골이라 불편할 것이라는 말을 미리 들어서인지 침구의 청결상태나 욕조 딸린 화장실 등은 생각보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눈높이를 낮추니 그곳에 바로 행복이 있는 것을 왜 이리 욕심을 부리는 지 모를 일이다. 요즘 한창 인기있는 TV 드라마 “주몽”의 역사현장인 환인에서의 첫날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2일차 - 8월 1일(화) : 환인(桓因)
환인은 부여를 도망쳐 나온 주몽이 소수의 무리를 이끌고 첫도읍지로 삼은 곳으로 BC 37년부터 40년간 고구려 초기의 중심지로 광개토태왕비에는 홀본으로 씌여져 있으며, 우리에겐 졸본으로 더욱 잘 알려진 곳이다.

아침 6시 모닝콜이 울렸다. 평상시 보다 부족한 잠이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의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피곤함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커튼을 젖히자 사진으로 보았던 오녀산성의 웅장한 모습이 손만 뻗으면 잡힐 듯 눈앞에 펼쳐졌다. 어제와 비슷한 수준의 중국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두 대의 20인승 버스로 산성을 향해 출발했다.
깍아지른 절벽위로 도도하게 올라선 산성의 모습이 구비길을 따라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길 10여분 드디어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유네스코지정문화재' 푯말이었다. 그러나 오녀산성은 온전한 고구려의 문화가 아닌 그저 중국소수민족의 한 문화였다. 고구려의 시조가 첫 도읍지로 선정한 이곳 오녀산성이 중국의 소수민족문화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돌계단을 한참 올라 해발 820m의 정상에 오르니 어느새 팬티까지 축축히 젖어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일행은 역사의 현장을 하나라도 더 담아 가려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산성은 서남쪽을 제외하곤 수십 미터의 절벽으로 둘러싸여 과연 천연의 요새였다.
서문으로만 출입이 가능할 뿐 다른 곳으로의 정상적인 출입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하늘을 향해 신전을 쌓아올린 듯한 형상이었다. 산성 중앙의 우물은 ‘천지'로 그다지 깨끗해보이지는 않았으며, 10여 마리의 비단잉어가 물속에서 신기한 듯 우릴 따라다녔다.
자리를 옮겨 동남쪽 장대인 태극정에 올라오니 환인시가 한눈에 펼쳐졌다. 한산도 수루에 올라있는 기분이었다. 환인시를 S자 모양으로 끼고 도는 혼강(비류수)의 태극모양을 닮아 장대가 태극정으로 명명되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