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강을 막아 만든 댐은 환인지방의 많은 고구려 유물을 수장시켰다는 가이드의 덧붙인 설명이 있었다. 댐에 가로막혀 일렁이는 강가의 파문은 필경 옛 선인들의 가슴 아픈 울음이리라. 북쪽으로 돌아가니 잘 복원된 옛 집터들이 있었다.
유적 보호를 위해 천장이 있는 구조물을 세워 놓았으나, 너무 낮아 허리를 구부려야 내부관람이 가능하였다. 작은 산성엔 오밀조밀 잘 갖추어져 있었으나 외부로부터의 방어가 주목적이 아닌 이상, 고구려인들의 대륙적 기질을 감당하기엔 너무 좁아보였다.

오녀산 중턱에서 바라본 오녀산성
우리가 올라왔던 자리로 돌아오니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쳐있었다. 모두들 힘든 산행을 해서인지 점심메뉴가 기대되는 눈치였다. 점심 장소로 이동하는 길엔 혼강에서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들과 말린 옥수수를 오두막처럼 생긴 저장고에서 꺼내는 아낙네가 보였다. 읍내엔 우리돈 만원이면 수박을 13개정도 살수 있는 과일가게와 손님을 실어나르는 삼륜택시가 있는데 그 크기가 자그마한 오토바이정도였다. 웃통을 벗고 다니는 남자들의 얼굴엔 그다지 생기가 없어 보인다. 점심식사를 위해 도착한 식당은 붉은 색 벽돌로 세워진 제법 깨끗해 보이는 중국전통음식점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마당에 소모임들이 가능한 방들이 늘어서 있고 내부는 특별한 장식없이 푸른 빛깔의 페인트칠만 되어 있었다. 음식들이 준비되고 오늘의 주메뉴인 삼겹살과 밥이 들어오자 모두들 정신없이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부족한 음식의 추가 주문을 위해 빈접시를 들고 손짓, 발짓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바디랭귀지의 위력을 새삼 실감해본다. 언어와 외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함께 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이 그러한 장벽을 충분히 넘어서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BC37년부터 AD3년의 40년 동안의 환인시대를 마감하고 우린 제2대 유리왕과 함께 국내성으로의 천도길에 올랐다. 이동시간은 버스로 약 4시간, 그 시절엔 3-4일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차창밖 시골은 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푸른 들은 온통 옥수수 물결이다. 저 많은 옥수수를 농기계없이 수작업으로 심고 수확한다니 과연 13억의 인구가 대단하긴 하다. 집안시내로 들어서자 환인과는 그 규모가 제법 차이가 났다. 5층 이상의 즐비한 건물들과 생기넘치는 사람들로 거리엔 활기가 있어보였다. 여기 저기 장뇌삼을 들고 “만원, 만원, 싸다, 장뇌삼~~”외치는 모습들이 인삼으로 유명한 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오후 4시 조금 이른 저녁을 위해 우린 한국식 불고기집으로 향했다. 숯불위에 가는 철망을 봉분모양으로 구부려 올려 놓은 모습이 고깔모자를 쓴 사람 형상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