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안쪽엔 서너명의 여인들이 마작을 하고 있고 어린 남자와 30대로 보이는 여자가 우릴 도와주었다. 한손에 피우던 담배를 들고 다른 한손으론 음식을 나르는 남자의 모습은 우리의 서비스개념으론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무엇인가 필요해서 종업원을 쳐다볼 진데, 그들은 다가오지도 물어보지도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한다. 6일 동안 중국의 공항과 식당, 상점의 대부분에서 이런 서비스를 실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압록강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들 우루루 달려갔다. 대단한 기대감을 가지고 달려간 우리들 눈에 압록강은 너무 작았다. 강의 중류지역이라 강폭이 그리 넓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내린 비로 강물은 꽤 많이 불어 있었다. 강 건너편은 북한의 만포시로 조용하고 정제된 분위기가 TV에서 보던 북한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손에 잡힐 듯 한걸음에 달려 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불과 몇 m를 넘어서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던가!

집안에서 가장 크다는 빈관에서 여장을 푼 뒤 동반한 여행사 사장님이 마련한 양고기 만찬에 참석했다. 중국음식에서 주로 쓰이는 진한 향료나 기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양고기는 담백하고 맛이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소주까지 곁들이며 왁자지껄 떠들어대니 마치 한국 어느 음식점인 듯 했다. 우리 보다 독한 술에 고기를 안주로 먹는 중국인들이 어디서고 웃통을 벗는 이유가 새삼 실감나는 밤이었다. 빈관이란 이름은 중국 관리들이 그 지역을 다니면서 여장을 푼 숙소에 붙여지는 것으로 대체로 깨끗하고 품격있는 여관, 호텔인 것 같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시내 거리엔 다른 지역에서 별로 볼 수 없었던 환한 가로등과 활보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중심 상가 지역과 달리 주변의 아파트는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는데, 중국에선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일몰 후에도 전등을 잘 켜지 않는다고들 한다. 시내로 나가 현지민들과 섞여 맥주라도 한잔하고 싶었지만 치안 부재를 이유로 야간 통행을 자제해 달라는 가이드의 말에 숙소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3일차 - 8월 2일(수) : 집안(集眼) 국내성
집안, 국내성은 장수왕 15년(427년)에 평양성으로 천도하기 전까지 400년 넘게 고구려의 근간이 되어 온 두 번째 수도로 광개토태왕비, 장군총 등 문화유적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있는 지역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충주시와 문화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출발을 위해 1층 로비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 외에도 여러 무리의 단체여행객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라에서 백두까지'라고 씌어진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무리들이 한눈에 띄었다. 국토순례중인 것으로 보여졌으며 초등학생정도의 아이들과 부모들로 주축이 되어 있었다. 우리와는 반대쪽으로 일정을 잡은 듯 환인으로 이동중이라 하며, 꽤 여러 날 여행을 한 듯 조금은 지쳐보였다. 우리 동포들을 그것도 고구려 문화유적 탐방이라는 공통의 목적으로 함께 이곳에서 만났다는 사실에 내심 지금 이곳이 우리의 땅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