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다시 2시간여를 달려 심양시내에 들어섰다. 마지막 저녁식사를 위해 평양식당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경이었다. 연길의 평양식당과 달리 지배인으로 보이는 한복차림의 젊은 여인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예약된 방으로 들어서자 한켠에 놓여진 드럼, 기타 등 밴드기구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7부 길이의 파란색 치마에 붉은색 저고리의 한복차림 종업원들은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미인들이었다. 서빙을 해주던 그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귀에 익은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옛 민요와 그네들 노래, 우리 트로트까지 공연은 30분 정도 계속되었다. 10여명이 서빙과 공연을 번갈아 했는데 박수치며 함께 노래하는 즐거운 가운데서도 중간 중간 가슴이 뭉클거리며 눈가엔 이슬까지 맺히는 서글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함께 사진을 찍을 때 보였던 청순한 부끄러움과 마지막 작별 노래때의 슬픈 표정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똑같은 생김새와 언어, 더구나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공유할 수 있는 우리민족의 역사가 있거늘 남의 땅에서 이렇게 만나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탈북 행렬이 끊이지 않는 북한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곳에 나와 있는 여인들의 신분은 중상급 이상일 것으로 짐작되었다. 문화적 충격에 휩싸여 주체사상이 흔들릴 신분의 여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으리라......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은 여행이 다 끝났다는 아쉬움보다는 옛 선인들께 한없이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내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5일차 - 8월 5일(토)
처음으로 제 시간에 이륙한 비행기는 11시 30분 우릴 안전하게 청주공항에 내려주었다. 한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모두들 건강하게 여행을 마친 것에 대한 상호 격려와 간단한 해단식을 끝으로 5박 6일간의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짧은 일정으로 7백년 고구려의 역사를 모두 둘러볼 수는 없었다. 더구나 고대문명이 화려하게 꽃피던 시기인 평양성시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너무나 컸다. 그러나 그동안 간접적으로만 알아왔던 역사의 현장을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고, 발로 밟아보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점에서 아주 의미있는 역사기행이었다. 분단된 조국이 왜 하루 빨리 하나가 되어야 하고 강철같은 국력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말없는 가르침이었다.
이 다음 고구려탐방은 평양에서 마칠 수 있길 기대하며 연수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