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맑은 날씨가 반갑기도 하련만 며칠동안 맞은 비가 더위보단 한결 나았던 것 같다. 북릉공원은 그 명칭처럼 능에 이르기 전 2km정도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매표소를 지나자 길 양쪽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속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죽 늘어서있다. 길 한가운데엔 병자호란 당시 우리에게 삼전도의 치욕을 안겨준 태종의 기세등등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능 입구에 이르자 우리네 능에서도 볼 수 있는 해태, 사자, 코끼리상 등이 양옆으로 나란히 세워져 있다.
황금색 기와와 높게 쌓아올린 붉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 능은 그 주인의 위세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웅장했다. 황금색 기와는 별도의 염색이나 도색을 한 것이 아니라 원색 그대로라 한다.

출입문에서 능까지 황제가 지나가는 길엔 붉은 빛깔이 도는 옥돌이 깔려져 있다. 무덤까진 세 개의 출입문을 지나게 되는데 마지막 문은 용무늬가 새겨진 돌로 막아져 있었다.
출입문 옆을 돌아 성벽에 오르자 능의 전체적인 윤곽이 한눈에 들어온다. ‘ㄱ'자로 돌아서니 태종릉이 바로 눈앞이다. 잔디하나 없는 벌거숭이 봉분 꼭대기의 나무 한그루가 퍽 인상적이다. 종전엔 무덤을 콘크리트로 덮어 씌워져 있었으나, 지금은 유네스코의 권고로 봉분유실을 막는 아래쪽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거된 상태이다.

무덤 내부의 구조나 부장품의 탐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다만, 인공위성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내부의 지하 수로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황해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만리장성도 쌓아 올린 민족이니 이정도야 무어 그리 대수였을까?

본계수동 동굴은 심양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동굴까지는 8인승 전기자동차로 이동을 해야 했다. 전기차 이용을 위해 정거장에 서 있던 우린 중국인들로 인해 자꾸만 뒤로 밀려났다. 차가 오면 무작정 우르르 달려가 먼저 자리에 올라탄다. 기다리며 서 있는 우린 안중에도 없는 듯 그들의 새치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 했던가? 새치기 행렬에 끼어 들었지만 그들의 실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포기하고 있던 차에 한무리의 유럽여행객들이 우리들 뒤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서기 문화가 정착된 서구 관광객들을 보자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어렵게 차에 올라 동굴앞에 도착했다. 한여름임에도 동굴 안은 닭살이 돋울 만큼 싸늘했다. 이 동굴은 세계에서 제일 긴 석회암 동굴로 탐사가 진행 중인 길이만 3km가 넘는다고 한다. 투명한 푸른 빛깔이 도는 석회수 길을 보트를 타고 30분을 구경했다. 기이한 형상엔 조명과 함께 이름표가 세워져 있다. 공감이 가는 것에서부터 왠지 다른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형상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가 넘는 진풍경이 2km에 이른다. 천장까지 10m가 넘는 곳엔 동굴내부라 여겨지지 않는 웅장함이, 머리를 숙여야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곳엔 동굴 특유의 오밀조밀함이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