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까지는 집안에서 4시간 정도의 거리이나 타이어 펑크로 인해 1시간 정도 지연되어 오후 7시쯤 통화역에 도착하였다. 역맞은편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열차역 대합실로 들어섰다. 중국 야간열차는 등급이 분류되어 4인실과 6인실의 침대칸과 일반 좌석, 좌석없이 마루처럼 생긴 객실로 각각 나뉘어져 있다. 우리는 잠금장치가 가능한 4인실 객차를 이용하였는데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이 별도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안락한 쇼파와 TV, 세면장이 갖추어져 있어 열차탑승까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열차는 당초보다 1시간 지연되어 12시가 다 되어 플랫폼에 들어왔다. 우리 외에도 여러 무리의 백두산등반팀이 보였다. 화물을 내리는 짐꾼들의 시끄러운 외침과 서둘러 짐을 올리려는 여행객들의 웅성거림으로 승강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4인실 객차는 생각보다 안락해보였으나, 침구류엔 쾨쾨한 냄새가 배어 나왔다. 처음 타보는 야간 침대열차인데다 백두산 등반에 대한 설레임으로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4일차 - 8월 3일(목) : 백두산 천지
어느새 잠이 들었던지 도착을 알리는 소리에 정신없이 일어나 얼른 짐을 챙겨들었다. 요란한 정지음과 함께 드디어 종착역인 이도백화에 들어섰다. 백두산 천지를 보고픈 우리 마음을 읽은 양 날씨는 화창하게 개여 있었다. 미리 마중 나온 현지가이드가 역 앞에서 우릴 반갑게 맞아주었고, 20여분을 차로 이동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였다. 다른 식당들과 달리 밥맛이 아주 좋았고 누룽지와 숭늉도 함께 나와 한국의 어느 식당에 있는 듯했다.

드디어 백두산을 향해 버스가 출발, 30여분을 달려 장백산 매표소에 도착했다. 백두산 등반은 두갈래 길이 있는데 장백폭포를 통한 2시간여의 서쪽 도보 등반코스와 백두산 천지까지 짚차로 이동이 가능한 동쪽 코스가 있다.
우리는 장백폭포를 먼저 구경하고 다시 하산한 후 짚차를 이용하여 천지에 오르기로 했다. 장백폭포를 향해 오르는 동안 어느새 해는 사라지고 운무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으며, 가시거리가 충분하여 장백폭포의 위용을 점차로 실감하면서 오를 수 있었다. 화산재의 영향이었던지 산 밑자락과 달리 나무들은 별로 없이 세찬 바람을 피해 낮게 자라는 고산풀들과 거무스름한 잔돌로 산이 이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