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아 지른 절벽을 돌아 백사장처럼 넓게 펼쳐진 고요한 평원에 이르기까지 돌리는 시선에 따라 천지는 그 모습을 달리했다. 중국의 10대 명산에 등록된 이후 중국관광객이 꽤 많았는데 그들 대부분은 6.25 전쟁시 중공군의 복장을 연상케하는 대여복을 입고 있었다.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가자 일행은 하산을 서둘렀다. 날씨를 보아하니 우리 바로 뒤의 행렬은 우리 보다 더 오랜 시간 천지와 접할 수 있을 듯 했다. 올라온 이들 중 20%에게만 허락되어진 천지의 감동을 짧은 시간과 팁을 강요하는 짚차 운전수의 곡예주행으로 가슴에 온전히 담아두지 못한 아쉬움은 천지가 멀어질수록 더욱 커져 갔다.

하산길의 백두산온천욕은 야간열차의 피로와 등산의 노곤함을 씻기에 충분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으니 마치 천지에 몸을 뉘인 양 백두산의 정기가 온 몸을 휘감는 듯했다.
다음엔 더 멋진 천지를 볼 수 있게 되길 기약하며 버스는 이전에 간도라 불리우던 조선족 자치주, 연길을 향해 미끄러지듯 백두산을 달려 내려갔다.
자치주에서는 모든 상점의 간판에 한국어와 중국어가 병기되어있는데 법적으로 한국어를 먼저 쓰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동안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상점의 이름을 파악하고자 애쓰는 수고로움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우리 동포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그런지 주변 산천 풍경 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들에는 옥수수 외에 콩과 고추가 보이기 시작했고 중국과 달리 처마 끝이 살짝 들어 올려진 지붕의 집들은 우리나라 여느 시골과 다름없었다.
다만, 우리네 산의 양지바른 곳엔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는 무덤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국의 화장 문화가 이젠 정착단계에 접어든 것 같았다.

4시간여를 달린 버스는 어느새 연길에 접어들고 있었다. 연길의 일상생활과 모습은 한국과 다를 바가 없어 대부분의 가정에서 우리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아파트의 구조와 실내인테리어까지 빼 닮았다고 한다. 강가 고수부지엔 인파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의 모습, 친구와 연인이 함께 둘러앉아 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버스에서 내려 함께 하고플 정도로 활기가 넘쳐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