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신들의 열정과 힘으로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쿨(cool)한 수검장정들을 맞이한다. 그들은 내가 병무청에 근무하기 이전에 기대했던 수검장정의 모습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군에 가야한다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가지고 걱정스레 검사장을 방문하리라 생각했지만 내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수검장정은 검사과정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의 신체등급 판정에 대한 궁금증으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신분인식카드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옆사람과 신장, 체중, 시력 등의 수치를 비교하는 등 신체검사 전과정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즐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신체검사가 끝나고도 그들은 서둘러 돌아가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신체등위판정에 대해 솔직히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군복무생활을 선택하기 위해 징병검사종사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구한다.

이런 수검장정들의 관심을 끄는 하나의 코너가 최근에 부산지방병무청 징병검사장에 마련되었다. 바로 “군생활용품 전시회”다.

전시회는 육군 53사단과 협조하여 군생활 동안 지급받는 피복류 및 생활용품 45종과 식품류 48종 등 총 93건의 군생활 용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회가 군에 가보지 않은 여자인 내게만 낯설고 새로운 것인 줄 알았는데 처음 신체검사를 받는 이 수검장정들에게도 신기하고 재미있나 보다.

현재 부산병무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징병검사 「기념사진 찍어주기행사」에서도 많은 장정들이 전시중인 전투모나 전투복을 입고서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아마 여자친구에게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신체검사시 자신의 멋진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가 보다. 군생활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전투모와 전투복을 입으면서....
그런가 하면 나처럼 식품류에 관심이 많은 장정들도 있다. 각종 통조림류나 용기류를 보면서 우리 식생활과 그리 차이나지 않는 메뉴에 안도해 하기도 하고, 밀폐된 전투용 식량들을 보면서 정말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의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국제모터쇼처럼 예쁜 나레이터 모델이 설명해 주면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나 “자장면을 꼭 식품류에 포함해야 한다” 등의 다소 엉뚱하기도 한 그들의 방명록을 읽다보면 변화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그들의 감성과 병무의무이행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시회는 단지 수검장정뿐아니라 그들과 함께 병무청을 찾은 가족들에게도 군에 대한 향수와 함께 군복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 전시회를 지켜보면서 장정들에게 병영생활의 사전체험을 통해 군생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제고된 것에 보람을 느끼는 한편, 직접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코너를 만드는 것과 같은 보다 능동적인 프로그램이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나고 즐거운 것을 중시하고, 자신들의 참여를 통한 변화를 추구하는 요즘의 수검장정들을 볼때면 우리 병무청이 좀더 그들의 감성코드에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만 하는 징병검사!!..

이젠 부드럽고 친절함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징병검사를 젊은날의 또 하나의 축제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행복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