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의 화초처럼 자라온 녀석이다. 본시 부모의 품안이란 그렇게 안온한 것이다. 눈, 비, 바람, 서리, 모두를 막아주는 따뜻한 환경이다. 이런 평화스런 둥지를 이제껏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한 둘째 아들이 다음 달 초순 논산훈련소에 입대하게 된다. 이제 불과 20여일도 남지 않았다.

아들은 요즘 몹시 바쁘게 하루를 산다. 아마도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입대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짐작된다. 친구들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우정을 나누고 그들이 부탁하면 초상화도 정성껏 그려 준다. 미술 학도인 아들의 공부방에 들어가 보면 지금도 그리다 만 친구들의 얼굴이 화판에 걸려 있다. 실물 사진보다 예술혼(?)이 들어가 있어 친구들이 그 어떤 선물보다 좋아한다고 한다. 저녁이 되면 교회에 열심히 나가 기도한다.

의 기도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무엇을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보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기 위한 ‘머리 비우기' 정도의 기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은 선생님들을 찾아뵈었다고 한다. 고교 시절 남달리 재능을 인정해 주시고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주셨던 미술 선생님, 그리고 사랑의 꾸지람을 통해 자아 성숙과 삶의 소중한 일깨움을 주셨던 ‘호랑이 담임선생님'도 찾아뵈었다고 한다. 아비로서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뜻밖의 일이다.

기특하다. 아비의 70년대 군 입대 무렵을 회고해 보면 그런 생각은 미처 가져 보지 못했다. 영장을 받은 뒤부터 왠지 마음이 들뜨고 심란하여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던 기억 밖에 없다.

아들이 찾아가자 선생님께서는 참으로 반가워하셨다고 한다. 졸업한지 불과 몇 해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학창시절에 대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제자의 손을 와락 잡으며 크게 반가워하시더란다. 비록 짧은 시간의 대면이었지만 귀한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아들은 흐뭇해한다.

숫기가 적은 아들은 그처럼 소망하던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선생님을 선뜻 찾아뵙지 못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선생님들이어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음료수를 사들고 모교를 찾아 선생님들께 인사드리고자 한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