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쪽 약 630Km 부근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는 태풍 ‘송다'는 중심기압 945hpa, 초대형 급으로, 간접적인 영향권에 든 남부지방은 많은 비가 예상되오니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04. 9. 7 새벽 5시.

낭랑한 기상캐스터의 음성에 방금까지의 달콤한 잠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 버리고 어두운 창 너머의 비바람 소리는 초대형 태풍 송다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소개팅에서 만난 퀸카가 데이트를 신청해도 갈까 말까 망설여지는 이런 날씨에 예비군들이 과연 얼마나 입영할까...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집행이 끝나야 할텐데... 중간집결지인 사직운동장으로 가는 내내 땅으로 스미는 빗방울처럼 내 마음도 가라앉고 있다.

악천후로 인해 서둘렀더니 사직운동장에 도착한 시간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6시. 비구름 가득한 어두운 하늘이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엄청난 비를 뿌려대는 통에 우산은 도무지 무용지물이고 몇 걸음 떼지 않아 옷은 물론 양말까지 젖어 질척거리며  감긴다. 바람마저 거세게 불어 젖은 몸은 내 의지대로 가누기조차 힘들다. 수송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예비군들도 한두 명만이 눈에 뛴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여유는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벌써 지쳐버린 몸은 그만 맥이 풀려버린다. 같은 심정으로 일찍 나와 기다리고 있는 양을석 팀장님, 이원룡 씨 등 다른 집행관들을 만나 날씨에 대한 원망과 집행결과에 대한 걱정들을 하면서 15분쯤 기다리고 있자니 버스가 도착해 나란히 도열하고 이에 맞춰 각자의 짐에 군복을 입은 오늘의 동원예비군들도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이 고맙고 반가워 차례로 버스에 태우고 있는데 저기 청장님과 과장님일행이 빗속을 걸어오고 계시는 게 아닌가. 어제부터 기상예보로 태풍의 경로를 지켜보시다가 워낙 악천후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급하게 오시는 길이라 하신다. 이맘때 태풍이 잦은 것은 환태평양열도에 위치한 우리의 지리적 여건이라 만전을 기해 꼼꼼히 준비했는데, 입영안내문을 발송하는 등의 집행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중간집결지인 사직운동장을 관리하고 있는 부산시설관리공단, 동래경찰서, 53사단 등 유관기관의 협조확인 등 준비를 철저히 했는데,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그간의 노력들이 빛 바래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이 열악하다고 해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온 저들을 훈련장까지 무사히 입영시켜야 할 의무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야만 될 분명한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