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보 교 육 ..
참 병무청스럽다는 동생의 말에 백번 공감하며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떠날 채비를 합니다. 여행 간다 생각하라지만 연휴 끝에 이게 왠 고생이냐.. 귀찮기만 한 떠남입니다. 예기치 않은 궂은 일기로 일정 취소. 뭐 이런 어림없는 상상을 하며 어두운 새벽.. 택시를 잡습니다. 무거운 담배 냄새와 느물거리는 기사의 말투가 언짢기만 합니다. 정말 제목 만큼이나 짜증스럽기만 한 출발입니다.
귀경 차량으로 제법 정체가 되리라는 다소 심술궂은 바램이 무색하게 순조로운 진행입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정차한 화성 휴게소도 고만고만 별다를 게 없는 휴게소지만 서해안 고속도로의 마지막 휴게소라는 별칭 탓인지 새삼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언제 건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울 것만 같습니다. 버스 차창으로 드는 햇볕이 따뜻합니다.
캠프 보니파스, 판문점, 평화의 집, 3, 4초소를 거쳐 도라산 역, 제3땅굴까지의 여정은 국토 최전방의 팽팽한 긴장과 함께 파주 작은 마을이 주는 안온함과 청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새와 바람이 오가고 강물과 바다가 넘나드는 땅을 사람이 가르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광경은 활자나 영상으로 보았던 것보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것으로 다가와 생경합니다. 책이나 영화에나 있어야할 허구 같은 현실. 눈으로 접한 국토의 분열이 아프게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심장을 거쳐 팔 끝까지의 저릿한 이 아픔은 분명 사랑이겠지요. 도라산역을 거쳐 개성을 거쳐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의 긴 여행을 꿈꿔 봅니다. 여담이지만 땅굴을 볼 때마다 그 만화적인 발상과 기발함에 늘 피식 웃고 맙니다. 너무 얄팍한 발상이라 웃으면서도 참 천진한 구석이 있어 북의 사람들과 땅굴을 악의적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느즈막이 국정원 강화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폐교를 손보아 쓰는 모양입니다. 낮은 계단을 올라 흰색 가건물이 제법 아늑합니다.
깔끔한 찬, 작지만 기념품을 겸한 탁상시계, 남남북녀를 실감케 한 아름다운 북녀의 탈북자 강연, 이후의 연찬회 등등 다소 서툴지만 정성껏 준비한 흔적들이 곳곳에 엿보입니다. 힘 꽤나 쓴다는 기관의 작은 변화가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유 없는 권위보다는 합리적인 이해와 설득이 조직은 물론 사람의 진정한 힘이 아닌가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