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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발틱함대를 궤멸시켰던 일본의 영웅 도고 헤이하찌로(東鄕平八郞) 제독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를 영국의 넬슨 제독과는 비교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는 견줄 수가 없습니다. 이 도고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이순신 장군은 따라 갈 수가 없습니다.”
장군의 초상화를 자세히 바라보면 수려한 외모에 근엄한 눈빛이 마치 구도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천문과 지리에 능통하고 병법까지도 통달하여 닥쳐올 일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으니 그는 장수이기 이전에 문무를 겸비한 도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준비된 장군이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홀로 수루(戌樓)에 앉아서 깊은 명상에 잠기면 왜놈들의 움직임을 훤히 꿰뚫어 보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장군이 바다를 보고 서약하면 고기와 용들이 감동하고, 산을 보고 맹세하면 나무와 풀도 장군의 뜻을 알아보았던 것이다(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 이는 실로 평범한 인간의 경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보름 전 그는 국난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거북선의 시험운항에 성공하였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하루 전날 그는 여수 앞바다에서 기동훈련과 함포사격 훈련을 하고 있었다.
장군은 지리에 밝아 바다의 조류와 바람 그리고 지형과 물때를 이용하여 매번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병사를 훈련시키는 일과 군율을 세우고 사기를 북돋우는 용병술도 남달리 뛰어났다. 공을 세운 장졸들에게는 응분의 상을 내렸으며 출전을 앞두고는 도망간 탈영병을 잡아와 목을 베어 군중 앞에 높이 매달아 일벌백계의 위엄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급박한 전투가 있던 날에도 상황을 자세히 기록한 일기를 남긴 점은 아무 생각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1597년 칠천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몰락하고 원균 장군이 전사한 후 모든 사람들이 조선 수군에 대해 희망을 버린 채 수군을 해체하고 권율 장군 휘하에서 육전을 하라고 명령했을 때에도,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한 장군은 “아직도 저에게 배 열 두 척이 남아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고 선조를 설득하여 명량대첩을 이루어냈다. 물이 울면서 돌아간다는 울돌목에서 장군은 병사들을 향하여 “무릇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다. (必生卽死 必死卽生)”라고 독려하여 민과 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중과부적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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