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플룻’이라는 악기를 아시나요?
팬플룻이라 하면 플룻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악기는 금속악기인 플룻과 다른 목관악기로 다발 형식으로 묶어 놓은 모양을 하며 관마다 제각기 다른 음색을 지니고 있답니다.

이 악기의 소리요? 말로 표현 못합니다. 전 이 악기의 소리 때문에 처음 배우게 되었고, 이 악기의 소리 때문에 바쁜 회사생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지금도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 악기를 처음 접하게 된 때는 제가 대학교 1학년 신입생 때였습니다. 어느날 대학교 캠퍼스를 걷다가 구슬프고도 가슴을 파고드는 소리가 저를 어디론가 이끌더군요. 그러다 멈춘 곳이 바로 학교 동아리방.

이렇게 팬플룻과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지금은 학교 동아리가 아닌 ‘팬 in Love’ 라는 대전지역 직장인 동호회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인연의 끈을 잡고 있답니다.

이 악기의 유래 역시 소리만큼 구슬픕니다.
잠시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목신(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양치기)인 ‘팬(팬플룻의 어원)’ 은 요정 시링크스를 사랑하여 시링크스에게 고백을 했으나 시링크스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야수인 팬을 몹시 싫어하였습니다.
이를 안 팬은 시링크스를 잡아두려 했으나 시링크스는 팬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강(江)의 신에게 빌어 강가의 갈대로 변하였답니다. 이 후로 팬은 시링크스를 그리워하며 갈대를 꺾어 불며 그리움을 달랬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사람이 생각날 때면 저는 이 악기를 불고 있나봅니다.

지금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만남의 장을 갖고 스트레스 해소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실력이 한층 늘어 동호회 사람들과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작년에는 전주소리축제에 참가하여 금상을 수상하기도 하였고 아무나 설 수 없다는 ‘대전 예술의 전당’ 에서 천여 명의 관중 앞에 연주하기도 하였답니다. 무대에 서기까지는 긴장되는 시간이지만 무대에 서고 난 후의 나 자신이야 말로 지금까지 힘든 모든 일을 잊게 하고 나에 대한 존재감을 확인 시켜주는 순간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제가 팬플룻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랍니다. 여러분도 한번 ‘팬플룻’ 의 매력에 빠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