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식사 준비로 분주한 시간, 시어머니께서 반찬꾸러미를 들고 기별도 없이 불쑥 찾아오셨다.
새벽에 만든 반찬이 식을까 가까운 거리긴 하지만 20분 남짓 바쁜 걸음을 재촉하셔서 오시느라 이마는 땀방울로 가득하셨다.

이층옥상에 심은 작은 화분밭에서 거두신 무공해 고추, 상추, 오이를 먹어보라 내미시면서, 오이는 달랑 한개가 달렸다며 그 한개 달린 오이를 먹어보라 하신다. 또 만원 남짓 주어서 산 노가리로 찜을 만들었는데 양이 이것 밖에는 안된다 하시며 따뜻할 때 얼른 먹어 보라하신다.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어머니 사랑이 가슴을 파고 드는 느낌이랄까?

결혼하고 2년만에 시아버지께서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땐 난 너무나 철이 없어서 어머니의 우울함, 허전함을 전혀 알려고 하지도 않 았고 마음이 아닌, 입으로만 어머니를 위하는 척했다. 가슴에 울림이 없는 입서비스….
지척에 산다는 이유로 안부전화 조차 안하는 며느리.
직장다닌다는 적절한 핑계로 집안 대소사에 빠지는 건 아주 당연시했던 몰염치 외며느리인데 시어머니께서는 밉지도 않으신지 명절 이른아침에 물소리에 깰까봐 조심 조심 음식을 만드시고, 11년 변함없이 내 생일떡을 손수 만들어 주시는 그 정성과 사랑이 오늘 새벽 어머니의 방문으로 한꺼번에 주체할수 없이 내게 밀려왔다.

어쩜 이 모든 것을 나는 참 당연하게 받았던 것 같다.
어떤 이유로 당연한 것이였는지….

작년 돌아가신 시아버지 기일을 맞아서 산소에서 펑펑 운적이 있었다. 너무나 철이 없어서 아버님에게 해 드린 게 너무 없었다고, 폐암으로 고통 받으실 때 딸의 마음으로 아파해 드리지 못했다고, 어머니께 그 사랑을 대신 갑절로 잘하겠노라 약속 해 놓고 또 바쁜 나의 일상에 쫓겨 어머니를 여전히 외롭게 해드려 죄송하다구요.

최근에 시어머니가 모시고 계신 친정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이제는 혼자 먹으시고 혼자 주무시는 입장이 되셨는데 내 형편, 상황만을 보느라 “어머니 같이 살아요” 이 말을 못하고 있었다.

이제 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다.
어머니가 건강하실때나 아프실때나 언제나 함께 하고 싶다.
며느리가 아닌 딸로 살고 싶다.
어머니에게 무얼 받아야 하는 입장이 아닌 내가 어머니에게 드릴것만 있는 감사의 입장으로 살고 싶다.

어머니 넘 넘 사랑해요 이제 우리 한집에서 같이 살아요.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먹고, 같이 자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