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6일, 저의 군 입대 하루 전날 이었습니다. 시간이 되는친구들을 만나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과는 전화통화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그 날 저녁은 가족과 함께 보냈습니다. 동생은 익숙하지 않은 저의 머리를 보고 연이어 웃음을 터트렸고, 부모님께서는“남자라면 갔다 와야지”라고 말씀하시며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듯한 식사와 가족과의 대화... 그 때까지만 해도 제가 입대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전 날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은 먹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께서 계속 한 숟갈이라도 먹으라고 권하셨지만, 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직장 때문에 가시지 못해서 아버지와 단 둘이 집을 나섰습니다. 저를 배웅하면서 흘리시던 어머니와 동생의 눈물이 계속 아른 거렸지만, 또 하나의 성장통을 겪는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논산 훈련소로 향하는 길에도 계속 전화통화를 하면서 친구들과 잠시 헤어지는 그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말이 없으셨고 계속 배고프지 않냐고 물어보실 뿐이었습니다. 논산에 도착해서 아버지와 간단한 식사후 아버지는 중요한 회의 때문에 저를 남겨두고 서울로 먼저 올라 가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넌 할 수 있다고, 건강히 잘 지내라는 말씀을 하신 후, 뒤 돌아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아버지께서 걸음을 멈추신 겁니다. 그리고는 되돌아 오셔서 저를 끌어 안아주시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눈물을 보게 된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에 못하는 일이 없는 나의 영웅... 아니 신과 같으시던... 강인하게만 보였던 아버지께서 보석 같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계속 끝까지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만 연거푸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미안하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더 하신 후에야 서울로 올라 가셨습니다. 그 후에 혼자 기다리는 1시간 동안 역시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 뿐 이라는 걸 느꼈고, 입대의 두려움보다 내가 입대한 후 부모님이 느낄 허전함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고민이 저의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입대해서 많은 것을 얻고 배우고 있지만 부모님의 소중함과 그 크나큰 존재감을 다시 느낀 것이 그 무엇보다도 큰 배움인 것 같습니다. 경찰학교와 창신지구대를 거쳐 2008년 5월30일에 드디어 관악경찰서 방범 순찰대로 자대배치를 받고 본격적인 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자대에 왔을 때, 부대의 환경과 시설 등에 놀랐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군대의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마냥 낡기만 하고 허름한 내무실을 상상해 왔던 저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격증을 딸 때마다 외박을 1박 추가해주는 등의 제도를 통하여 자기개발을 독려해주고, 우수 대원으로 선발될 시 산업시찰의 기회도 주어지는 등 등 생각했던 것 보다 자기개발을 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사실에도 놀랐습니다. 또한 계속 복무 하면서 느끼고 있지만, 이 곳에서의 근무가 굉장히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통, 방범순찰대 등 다양한 경찰업무를 체험할 수 있고, 방범이나 교통정리 하는 근무를 나가서 시민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아 내가 우리 사회에 일조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시위나 집회에 나가서는 평소에 관심조차 같지 않았던 사회문제를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넓어졌다는 것도 느낍니다. 하지만 처음 자대를 갔을 때부터 이를 느낄 수 잇던것은 아니었습니다.

자대배치를 받기 전에 뉴스를 통해 촛불집회의 규모가 점점커지고 있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처음 자대에 왔을 때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출동으로 지휘관님들과 대원들 모두 피곤한 상태였고, 정신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고 피곤에 지쳐있는 대원들을 보고 “내가 저 생활을 버틸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지휘관님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출동을 나가서도) 늘 부모님과의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 와중에 면회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힘든 군 적응기간을 수월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상담과 꾸준한 관심 또한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