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 여름의 아침은 그야말로 뜨겁고, 열정적이다.’ 주섬주섬 여행가방을 챙기고, 추자도행 배에 탔다. 배를 타고 출발한지 오분만에 이상한 신호가 온다. 불길한 예감, 말로만 듣던 배멀미가 시작된 것이다. 설마설마했는데... 멀미약을 먹지도 않은 무방비상태에서 여행의 첫 고생이 시작된 것이다.

파도의 너울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고통은 심했고, 내 앞에 보이는 TV는 흐릿한 영상일 뿐이고, 그 많던 잠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잠도 오지 않고 눈은 멀뚱멀뚱했다가 흐렸다가 속은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뒤집어질 것 같은 느낌.. 지금 생각해도 고통스럽다. 이렇게 시간만 빨리 흘러가길 기다리며 한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배가 정박하는 소리가 들린다. 자유를 꿈꾸는 소녀처럼 얼마나 기뻤던지...... 발걸음 가볍게 배에서 내리는 순간 눈을 깜박깜박거렸다. 예쁘다! 아름답다! 같은 제주도 안에서 이렇게 예쁜 섬도 있었네. 추자도의 바다냄새와 그림 같은 풍경에 푹 빠지며 우리가 가야 할 민박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와 아저씨, 우리를 반겨주시며 얼른 짐 챙기고 내려오라신다. 추자도의 맛을 느껴보시란다. 그렇다 여행지를 가면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일이 있다. 그곳의 음식을 맛보는 것, 맛있는 냄새를 따라 민박집 아주머니의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솜씨 구경가볼까? 역시 음식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엔돌핀같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미치겠다. 그 유명한 추자도 참굴비, 신선한 생선회, 매운탕, 각종젓갈까지...... 밥 한 공기는 무조건 부족이다. 허기진 배를 달래는데, 바다낚시를 가실 분계시냐는 민박집 아저씨의 음성이 들린다. 같이 여행 온 선배와 나는 순간 눈이 마주쳤고, 우리도 처음 해보는 바다낚시에 참가하기로 결심하였다. 낚시에 대해 전혀아무런 지식도 없는 우리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배에는 가족여행팀, 우리팀, 배낚시 안내하시는 분 이렇게 타고 푸르른 바다를 향해 떠나갔다.

30분쯤 지났을까? 내리시란다. 그리고 3시간 후에 오시겠다는 한말씀 남기시며 배주인 아저씨는 떠나가셨다. 아무도 모르는 섬에 말 그대로 바다위에 떠있는 돌 위에 낚싯대 들고 멀뚱히 서있다. 보이는 것이라곤 바다뿐이다. 막막했다.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여기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배낚시 안내하시는 분. 우리는 그분을 믿고, 낚싯대를 주섬주섬 잡았다. 낚싯바늘에 새우를 끼우고, 낚싯줄을 조정하고, 낚싯줄을 힘껏 바다로 내던졌다. 내 낚싯줄이 안 보인다. 낚싯대를 잡아보지만 낚싯대만 휘어지네... 뭐지... 살펴보니 역시 초보이다. 낚싯줄은 바다로 가지 않고 돌틈에 끼어 나오질 않고 있다. 정말 쉽게 되는 건 아무것도 없나보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영화를 보면 낚싯줄이 휘어감기면서 아주 멋있게 낭만적이게 낚시를 즐기던데... 영상미의 조화였을까? 환상을 깨고 실상으로 돌아가 돌틈에 걸린 낚싯바늘를 빼고 다시 한 번 바다에 투하, 우물 안에 두레박이 들어가듯이 쏘옥 잘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엔 물고기들이 말썽이다. 물고기들이 머리가 좋은 것일까? 미끼만 먹고 도망가네. 나를 제대로 놀리고 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우격다짐으로 계속 미끼를 넣고 바다에 투하를 한 지도 수십차례...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다시 한번 이번에는 내 마음 수련까지 기울이고 낚싯대에 집중을 하고 낚싯줄을 힘껏 바다 속으로 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