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었다. 회사에선 여기저기에서 내게 요구되는 업무를 별무리없이 제시간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 집에서는 청소, 요리 게다가 초등학교 2학년 큰 애의 공부를 다른 집 애들 못지않게 봐줘야한다는 부담감. 잠자리에 누울 때면 ‘이렇게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해야하는 것만을 하다 의미없이 죽겠구나’ 하는 왠지모를 슬픔도 가슴저편에서 뭉게뭉게 솟았다. 지쳐하는 나 못지않게 같은 직장에 몸담고 있는 남편도 헉헉거리기는 마찬가지. 그런 남편이 권해준 책 “한번 읽어봐. 쫓기 듯이 일하면서 짜증만 일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다시한번 여유를 가졌어”

맞다. 모모는 그런 책이다.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항상 달고 다니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도 초저녁 잔잔한 바람이 불때면 문득 살아온 세월이 적지 않고, 이렇게 의미없이 가겠구나! 하는 쓸쓸함이 느껴진다. 그 틈을 타 시간도둑은 시간을 저축하라, 아껴서 위대한 일을 꿈꾸라고 꼬신다. 솔깃한 유혹에 넘어간 사람은 그 순간부터 옆사람과 얘기 나눌 틈없이 지는 해를 보며 울적해 할 여유도 없이 유익한 일만 하기에도 적은 시간을 열심히 보내기 위해 기계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며 계속 중얼거린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작가는 말한다. 시간은 가슴으로 느끼는 거라고. 마음에 남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이 진짜 살아있는 시간이며, 옆사람과 잡담하고, 하릴없이 산책하며 애들처럼 이것저것 상상하며, 좋아하는 책도 읽고 여유있게 지금 숨쉬는 시간을 만끽하라고.

내가 우리 큰애만 했을 때는 시간이 넘쳐흘렀다. 학교 다녀와 가방을 팽개치고 나면 밖에 나가 고무줄놀이, 돈까스놀이, 공기, 다방구, 술래잡기 등등.
그에 비해 우리 큰애는 “모모” 속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유익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 정말 시간이 없다. 학교 다녀와 학원 2곳, 숙제, 또 엄마와 함께 하는 영어, 수학공부 등. 어느새 나도 시간도둑처럼 위대한 미래를 위해 애들의 현재를 지루하게 못 견디게 만들고 있진 않았는지. 놀이터에서 노는 애들을 보면 셋 이상 모였을 때 뭘 하고 놀아야 하는지 몰라, 서로 싸우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영어, 수학 등 어른이 시키는 것만 하다보니, 자기들끼리 모여 스스로 생각해 노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돌멩이랑 땅바닥만 있으면 하루종일 밖에서 신나게 놀았던 내 어린시절과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이 애들은 즐거운 어린시절을 건너뛰고 해야 할 것이 많은 어른세계로 벌써 들어갔으며, 애들의 미래가“모모”의 시간도둑에 의해 지배당해 이웃과 소통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무서운 사회로 변하는 건 아닌지.

우리 어른들이 다시 한번 시간의 여유를 갖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