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경찰. 우리가 하는 일은 평시에는 교통근무(아침 러시아워에 교통소통을 원활케 하기 위한 신호등 조정, 꼬리 끊기 등/오후에는 안전띠 미착용, 운전중 휴대폰 사용, 불법주정차 단속 등 스티커 발부/ 밤에는 음주단속)를 하고 전시(?)에는 시위대와 맞서 대치, 진압하는 업무를 한다. 여자분들이야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를 질색하지만 우리 의경이야기는 특별하다.

자대배치 받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무주에서 당시 인기 프로그램“출발! 드림팀”을 촬영, 경계 근무를 섰는데 TV에서만 보던 스타를 직접 눈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도 나에게는 신선했다. 경계근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눈 돌아가고, 또 여고생들이 연예인들을 보러 가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 품에 안기게 되는데 표정관리를 못했다고 소대 들어가서 고참들에게 혼났던 기억이. ..

2002년은 월드컵이 열린 해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한다고 깨끗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불법주정차 단속이 한창이었다. 국가에서는 디지털카메라를 경찰들에게 지급하여 불법주정차 위반 장면을 사진에 담고 단속을 시작하였다. 우리들도 디카를 소지한 채 근무에 열심이었는데, 내가 그만 근무를 열심히 서던 중 디카를 분실하였다. 날도 추운 겨울인데다 옷도 두꺼워 감각이 무뎌져 떨어진 것을 발견 못한 것이다. 크게 혼날 것을 예상했으나 교통계에서는 디카를 배상하란다. 이런... 한 7개월 이상 버텼나?! 50~70만원 이상의 고가였는데 시간이 흘러 20만원 중반대의 가격에 눈물을 머금고 그 값을 치룬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 디지털카메라 기종과 교통계 직원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 코닥 DX-3600 쩝. 조OO경장 어떻게 승진 잘해서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때는 2002년 6월 여름. 한일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뜨거웠을 때 우리는 도로 한 가운데에서 교통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나라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 이제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서 응원을 한단다. 16강, 8강, 4강.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기쁘기도 하지만 할 일은 더 많아져갔다. 우리나라 경기도 근처 주유소, 병원에서 봤던 기억도 나고... 월드컵이 끝난 후 들어온 후임에게는 월드컵 때 어디서 봤냐고 물어 거리에서 나와 응원했다고 하면 장난삼아 혼냈던 기억도...

난 결코 나의 군생활이 내 인생에서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경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고 현재 공무원이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사회와 접하다 보니 많은 민원인들을 상대하게 됐고 그것은 지금 공무원이 되어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여러분~! 의경 다녀오셨어요?! 의경 다녀오지 않았으면 얘기를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