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에서 3월까지 약 두 달간 우리 청에서는 전 직원이 서울특별시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을 방문하였다. 나 역시 2월 중에 견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 동안 용산구를 수없이 지나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설이 있다는 건 이 견학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전쟁’과 ‘기념’, 왠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 때문에 전쟁기념관이라는 이름은 사뭇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전쟁기념관의 ‘기념’의 의미는 전쟁이 우리나라 역사에 남긴 참상과 선조들의 고통을 후손에게 전하여 다시는 잊지 않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전쟁기념관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웅장하고 규모가 커 매우 놀라웠다. 바로 1층 홀로 들어가 안내를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그 후 2층에 위치한 6.25전쟁실로 이동하였다. 자원봉사자 한 분이 우리 병무청 견학 안내를 해주셨다.
처음 입구에는 우리나라의 지도가 있고, 한국전쟁 동안 진군과정을 빨갛고 노란 불로 표시를 해두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자원봉사자가 북한이 남쪽을 거의 침범하였던 시기와, 우리 군이 북쪽까지 거의 다 올라가 통일을 목전에 두었던 시기, 그리고 결국엔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38선이 그어지기까지를 설명해 주었다.

사실 한국전쟁의 과정에 대해서는 학생 때 국사 시간에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것이지만 오랜만에 전쟁 당시 실제 사용했던 무기, 당시 군인들의 복장, 사용하였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오래되어 색이 변하고 녹슨 총이나 검과 흑백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그때로부터 벌써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 분들을 기리기 위해 당시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순직하신 분들의 초상화와 이력이 벽에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대부분 아주 젊은 나이였으며 심지어 나보다 어린 나이에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신 분도 계셨다. 이 분들의 공이 있었기에 북침이 우리나라 전체를 뒤덮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두 동강난 상태이니, 이 분들도 아마 그 점을 안타까워하고 계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사람은 꼭 군인뿐만은 아니었다. 고등학생들의 전투가 모형으로 재현되어 있었고 전사자도 학교별로 표기해두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나라를 위했던 정신은 숭고하고 아름답지만 한편으론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고등학생들이 총과 검을 들고 참혹한 싸움을 벌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전쟁을 위한 수송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기관사의 이력도 볼 수 있었는데 당시 매우 젊은 나이였던 모양이었다. 그 용기와 희생정신에 잠시 숙연해졌다.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에게서 서울을 지키기 위해 한강 다리를 폭파했던 상황도 모형으로 전시되어있었다. 당시 한강 다리 폭파는 긴박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수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침을 지연시키기는 하였지만 우리 쪽에서도 전사자들이 많이 나왔으며 그 큰 다리를 폭파하였으니 애꿎은 민간인들도 많이 죽었을 거라 짐작된다. 결국 당시 다리를 폭파한 지휘자는 그 책임을 물게 되었다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들으며 ‘아마 저 상황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에 지친 몸을 숙이고 강물을 담는 압록강 담수 재현 모형에서는 목전에 다가온 통일과, 또 곧 전쟁이 끝나고 가족의 품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며 환희에 들뜬 병사들의 기분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목전에 둔 통일은 중공군이 밀고 내려옴으로써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당시 중공군의 재현된 모습을 보면 나팔과 북을 들고 있는데 이것들로 소란스럽게 굴어서 더 많은 수로 보이게 했다고 한다. 참으로 원시적이고 단순한 작전인데, 이런 작전에 우리나라의 통일이 날아가 버렸다고 생각하니 분한 마음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