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지는 여름!!
심신이 지쳐가는 이때에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원한 계곡물과 울창한 산림 속에서 무더위를 잊고 재충전을 통해서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동안 전북권을 벗어난 적이 별로 없었던 나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남들은 해외여행도 가는데...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구경해 나가는 재미를 느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문뜩 들면서 어디를 가볼까 하고 지도를 펼쳐 놓고 여행지를 탐색하였다. 그러나 뚜벅이(대중교통이용자)인 나에게 마땅한 여행지를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회복무과에서 근무하면서 소양교육을 위해 들렀던 광주터미널에서 광주근교 여행지에 대한 소개가 있는 리플릿을 보고 ‘아~ 이거다..’ 라는 느낌이 들었던 곳이 “담양 죽녹원” 이었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을 첫 여행지로 낙점 하였다.

잘 갖춰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죽녹원에 도착한 나는 푸르른 광경을 보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노거목들로 둘러싸인 관방제림을 거닐며 옆에 펼쳐진 담양천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슴이 확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위를 달리는 마차는 한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관방제림의 또 다른 묘미는 중간에 있는 조그마한 조각공원이었다. 도깨비, 호랑이, 조그만 원두막 등 적은수로 이루어진 공원이지만 조각상들의 표정이 나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죽녹원 입구를 향해 돌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오르면서 산책을 위한 간단한 몸풀기가 끝나고 나면 눈앞에 죽녹원이 새겨진 커다란 입구를 만나게 된다.

죽녹원에는 더위를 피해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한 할머니께서 “어매~ 정말 시원하네... 이곳이 천국이고만.. 넘 좋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죽녹원 내부는 여름을 무색케 할 만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고, 옛 선조들이 죽부인을 만들어 여름을 보냈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되었다. 죽녹원 내부에는 코스가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길마다 “선비의 길, 죽마고우 길, 운수대통 길, 사랑이 변하지 않는 길”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어서 친구 및 연인과 함께 거닐며 우정과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코스(?)들이 마련되어 있어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나무 숲속을 거닐고 있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와 잎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나로 하여금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대나무 속에서 촬영하는 사진들은 모두가 하나의 작품처럼 보일 정도였다. 대나무의 향기를 느끼며 한 바퀴 돌고나니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배고픔이 느껴진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대나무의 고장답게 주변에는 별미인 죽통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이 있었고, 그중 한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오후 일정을 위한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대나무의 정기를 보고 느끼고 맛보았던 나는 죽녹원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로 하고 자전거 대여점에서 하나를 빌려 힘차게 패달을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거닐었던 관방제림을 시작으로 담양천을 끼고서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덧 담양의 새로운 명물인 메타세콰이어길에 도착했다. 길게 뻗은 도로 옆으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성한 잎을 자랑하며 서 있는 모습은 영화에서 본 것처럼 정말 멋진 풍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로 힘차게 패달을 밟으면서 온 몸으로 느끼는 바람의 향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여행의 참맛을 알게 해주었다. 여행이야 말로 바쁜 일상 속에 지쳐가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과 같은 것이라 생각되며, 광고 속 문구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를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