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 병무인이다. 만약 선배들이 “현주씨는 친절한가요?”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 없이 “그럼요, 저 진짜 친절하죠!” 하고 답변을 할 정도로 난 내 스스로 친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한번도 불만족한 고객의 소리를 듣지 않았어요?” 라고 물어본다면, “아니요, 그렇진 않은데….” 하고 말끝을 흐릴 수 밖에 없다. 이유는 내가 제공하는 친절과 고객이 받아드리는 친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부끄러운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들은 불만의 소리 두 가지 사례를 이야기해 보자.

2004년 어느 날이었다. 당시 나는 병적증명서를 발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병적증명서 발급 받으러 왔는데요.”
“그럼 신분증 주시고요, 저쪽에 있는 신청서 작성해 주세요.”
- 침묵 -
“왜 이렇게 불친절해요.”
“네?”
“증명서나 빨리 주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2006년 여름 동원과에서 근무할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동원과는 전화상담이 많았고, 동원훈련 시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울려댔다.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충북병무청 동원과 오현주입니다.”
“예비군 훈련이 나왔는데 못 갈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연기를 하려면 사유가 있어야 하는 데, 어떤 사유로 못 가시나요?”
“그때 집안일이 있어서요. 제가 알기론 한번은 안가도 자동 연기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살짝 웃음소리를 내면서)아닙니다. 그건 일반 예비군 훈련이야기구요, 병무청 동원훈련은요 ~ ”
“거참 왜 웃고 그래요? 당신 그렇게 상담 하는거 아니지.”
- 뚝 -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반말을 하거나 인사를 안 한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민원인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도 않았다. 내가 판단하기에는 불친절은 아니었다. 그런데 고객은 불친절하다고 했다.
사례1의 경우는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전체적인 어투가 문제였다. 사실 전날 회식으로 기운이 없었던 나의 말소리는 작고 낮았고, 미소 또한 없었다. 고객은 이것을 불친절하다고 느낀 것이다.
사례2의 경우는 고객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고객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고객을 지적하고 웃었다. 물론 민원상담에서 웃음과 미소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상담내용에 따라서 누군가는 내가 친절이라고 생각하는 웃음과 미소에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
2009년 오늘, 난 친절 병무인이다. 병무청 홈페이지에도 칭찬 글이 실리고, 칭찬카드 상반기 마일리지도 최대다. 그러나 내일, 나는 불친절한 직원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내 기준으론 친절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불친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충북병무청이 그리고 병무청이 친절병무청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한 톤 높여 전화를 받는다.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충북청 현역입영과 오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