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일 현충탑에 참배하기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방명록에 남긴 글귀다. 방명록에 이름만 쓰기가 심심해 평소 마음속에 간직한 생각을 적은 것이다. 보통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가더라도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나 부모와의 인연을 적는 습관이 있다. 한국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인연이 되는 사람, 고마워해야 할 사람에 대한 정(情)을 이런 순간에 많이들 표현한다.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게 우리네 습관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이 은근히 퍼져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글귀가 좋다고 하고, 국가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잊지 말자는 다짐 같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시장실 한 편에 액자로 걸었던 게 그 원인이 됐다.
한 기자가 인터뷰 도중 액자를 발견하고는 기사화하면서 이 글귀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여러 기관에도 똑같은 액자가 걸리게 됐다. 최근에는 국립대전현충원 주차장에도 이 글귀가 새겨진 기념비가 세워졌다.

필자는 예비역 공군 중위다. 1979년 제23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고 1980년 수습행정관으로 임용돼 1년간 근무한 뒤 사관후보생 76기로 공군에 입대했다. 48개월의 군 생활을 대전 서구 탄방동에 자리했던 공군교육사령부(옛 기교단)에서 보냈다.
특별히 장교를 선택한 것은 나름의 중요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시에 합격하면 처음에 사무관이란 직책을 얻게 된다.
공부 좀 했다고 얻게 된 중간간부 자리인데, 9급부터 시작하면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려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 이런 자리는 세상에 대한 경험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간부로 군에 가야겠다고 판단했다.
흔히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그 시간들이 절대로 허송세월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막연한 편견과 달리 군대에서는 배울 것이 많다. 특히 조직생활의 여러 경험을 통해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인간관계와 조직생리에 대한 이해와 훈련들을 쌓게 된다. 물론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될 수 있으면 군에 가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만연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감사하는 풍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범사(凡事)에 감사하라’ 는 말씀이 있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흉악한 범죄가 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아서 그렇다.
부모에게 감사해 하는 것이 효(孝)이고, 나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게 충(忠)이다. 부모가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아이들이 선생님을 깔보고, 결국은 부모님을 깔보게 된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그래야 군입대하는 의무를 꺼리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 사회 지도층이 이를 먼저 실천하지 않는데 어찌 의무를 다하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