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배치를 받은 후 첫 출동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휴식시간도 없이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12시간이상을 걷고 뛰고 서있고를 반복하며 밤을 새버린 날이었습니다. 입대하기 전에는 서울에 이렇게 시위가 많은 줄도 몰랐고, 물론 시위자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위자들이 이렇게 격한 사람들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이 그 상황을 수월하게 적응 할 수 있을 리가 없을 거라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을 겁니다. 혼자 줄도 맞추지 못하고 부족한 체력 탓이 자꾸 뒤쳐졌지만 한 선임은 계속 저를 챙기면서 물도 없는 상황에서 남은 물을 저에게 다 주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상황이면 자기보다 저를 먼저 챙겼습니다. 시위자들에 의해 위협받거나 위험한 상황에도 걱정하지 말고 옆에 붙어있으라고 말하면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밤새 출동을 나갔다 온 후 부대에 와서 피로함과 그 긴박했던 상황 때문에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풀리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냥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계속 맞이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를 챙기며 혼내기도 많이 혼냈던 그 고참이 자고 있는 저를 화장실로 불러냈습니다. 또 혼나는 것은 아닌가 라는 두려움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 고참을 따라갔습니다. 제가 잘못했던 일들이 하나씩 생각나면서 말로만 듣던 구타를 당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 고참은 조용히 빵을 하나 내밀었습니다. 그 빵은 배급이 얼마 되지 않아 고참이 아니면 먹어 볼 수 없는 맛있는 빵 이었습니다. 저를 불러서 그 빵을 주면서 고참은 “출동(상황)에서 긴장하지 않으며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을 많이 혼내기도 했지만, 긴장해야 할 때는 긴장하고 평소에는 편안하게 지내도록 해” 라는 말씀을 해주시면서 내가 출동 나가서 다그쳤던 것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말해주시며, 자대로 처음와서 이 힘든 상황이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고 버티다보면 너도 고참이 되고 이 부대와 부대 사람들이 좋아지게 될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자기 전에 그 선임이 준 빵의 맛과 그 조언은 평생가도 잊지 못할 겁니다.

의경으로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저런 일로 인해 상황도 많고 출동도 많지만 의경으로 복무 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제대 후에도 군 복무하면서 느꼈던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대한민국 전, 의경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