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제 가까이서 본 연꽃은... 뭐랄까. 형용하기 힘들지만 햇살과 바람의 절묘한 조화로움 속에 하늘거리는...그러나 뿌리는 그 무엇보다도 깊이 박혀 있어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은... 천년이 지나도 새싹을 피울 수 있다는 그 신비로움을 입증하고 남음이었다. 별천지란 말처럼 드넓은 옛 백제의 땅엔 연꽃 천지였다. 크고 작은 분홍색, 연노랑색의 연꽃들이 커다란 잎사귀 속에 쏘옥쏘옥 고개를 내밀고 햇빛을 쐬고 있는 그 모습은 빼어난 모습을 자랑하기보다는 온 세상이 평화롭길 기원하듯 청초하고 순수한 모습 그대로였다. 연꽃밭을 한창을 돌아나가니 부여의 공주왕자들이 산책을 했었을 법한 드넓은 연못이 나왔다. ‘궁남지 ’란 단어자체가 ‘궁의 남쪽에 있는 연못’ 이란 뜻이라 했다. 아주 오랜 세월 이전 이 연못의 북쪽에 수려한 무늬가 사방에 흐뜨러진 거대한 궁이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내가 마치 한국의 인디애나 존스가 된 것처럼 가슴이 설렛다. 하지만 부여는 아무런 흔적도 우리에게 남겨주지 않고 자취를 감추어 못내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연못주변에는 버드나무가 아름드리 드리워져 있었는데 바람에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더위를 식혀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3~4시간을 달려 검푸른 바다와 넘실거리는 파도를 만날 수 있는 곳만이 여름휴가의 진수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곳 궁남지 버드나무 아래에서 맺힌 땀방울을 바람에 씻겨내며 진정한 ‘휴식’ 을 취했다. 그동안 마음에 얹어두었던, 양어깨위에 쌓아두었던 모든 짐들을 공기 중에 날려보냈다. 아직은 철이 없어 삶의 일상적인 부분들마저 무거운 짐으로 여기며 허덕이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여유롭게 즐기며 하루하루를 살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