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가 문신 등 자해행위로 나타나는 것은
적어도 우리 조직 내에서는 부정과 비리가 용납되지 않는
시스템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뜻이며,
우리 행정이 그만큼 맑아지고 깨끗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10월, 병역기피 목적으로 문신을 했더라도 현행 병역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광주지법 재판부 담당판사의 판결이 나온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문신과 병역기피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문신을 한 사람은 현역에서 면제토록 하고 있으나, 문신과 병역의무 감당능력과는 전혀 무관”하며, “문신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바뀐 현재 불쾌감도 상대적, 주관적”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병역을 면하려 자해까지 마다 않는 마당에 문신이 자칫 신종 현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때문에 갖가지의 해결방안이 나오기도 하였는데, 그 중에 한 네티즌은 문신한 사람만 따로 골라내서 아예 특수부대를 만들어 활용하자는 익살 섞인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실, 문신한 사람을 현역입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조직생활에 있어 상대방에게 혐오감과 위화감을 줄 뿐만 아니라 병영 내 군기사고등을 우려해 이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에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갖췄다면 단순히 문신으로 인한 위화감이나 사고 가능성 때문에 현역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며, 이들을 일단 입영시켜 특별관리 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라는 의견도 귀기울여 봄직한 의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병무청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문신을 포함한 사위행위 가능성이 있는 중점질환을 선정해 이들 질병을 가지고 있는 의무자에 대해서는 <질병 또는 심신장애 경위서>를 받거나 치료경과를 조회하여 더욱 엄격하게 처리하는 등 비리감시와 병역판정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창이 날카로워질수록 이를 막아내는 방패 역시 더욱 견고해지는 이치이며, 방패가 단단해 질수록 창 또한 날카로워지는 이치이리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법과 제도란 것이 국민의 편의와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법망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날카로운 창에 대항한 보다 견고한 방패를 만드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전과 응전, 대결과 방어를 통해 세상은 질서와 균형을 잡아가고 이와 함께 법과 제도는 더욱 발전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불법과 부정을 방패로 막아내고 무적의 창으로 축출해냄으로써 신성한 병역의무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 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병역비리 발생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올해는 병무행정과 관련하여 단 한 건의 비리도 없는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편, 병역비리가 문신 등 자해행위로 나타나는 것은 적어도 우리 조직 내에서는 부정과 비리가 용납되지 않는 시스템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뜻이며, 우리 행정이 그만큼 맑아지고 깨끗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온 이후 창과 방패의 대결은 더욱 첨예해졌고 새로운 창과 방패가 하루가 멀다하고 갖가지의 모양과 형태로 생성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때문에 늘 깨어있는 자세로 제도의 허점을 살피고 이를 개선하며 부단히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또한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도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을 살아내는 방법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