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은 지난 10여 년 간 공연해 오면서 그 내용을 시대 흐름에 맞춰 조금씩 바꾸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운동권학생’을 ‘운동권 학생을 가장한 사이비 운동권’으로 바꾼 것. 처절하기까지 했던 80년대 민주화 운동은 6.10 항쟁으로 얻어낸 대통령직선제와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이미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사람들 마음 속에서 진부한 설정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영화 ‘빵과 장미’는 제목이 보여주는 그대로 ‘빵(최소한의 생존권)’만을 얻고 있는 하류 인생들이 ‘장미(인간적인 자존심)’도 얻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운동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감독 자신이 노동문제를 풍요의 시대에서 정면으로 풀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주제라고 의식을 한 것 같다. 극의 전재가 전투적이고 생경하기보다는 상당히 부드럽고 유머스럽기조차 하다. 그러나 노동투쟁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선진국일수록 외국 노동자들의 이주는 갈수록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온 유색인 마야는 도전적이고 당돌한 아가씨이다. 강간하려는 남자를 안심시키고 목욕하게 하여 오히려 그 남자의 구두를 빼앗아 들고 나온다거나 청소용역업체에 취직한 후 자기네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기는 ‘잘난 백인’들을 골탕먹이려고 출근 첫날부터 엘리베이터에 장난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살이치고 만만한 것은 없다. 더욱이 그녀는 불법체류자. 언니 로사가 그녀의 취직을 위해 중간관리자에게 몸을 줬는데도 한 달치 월급은 월급대로 고스란히 상납해야 했고, 근로조건 역시 열악하기 그지없다. 99년도 임금이 밀입국자라는 이유로 82년도보다 적고, 아무런 보험혜택도 받을 수 없어 손도 쓰지 못한 채 형부는 당뇨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조금씩 자신의 부당하고 불공평한 대우에 눈을
떠가던 어느 날, 동료가 지각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해고당하는 모습을 본 마야는 백인 노동운동가이며 공익변호사인 샘에게 연락을 한다. 샘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그들의 권익을 찾아야 한다고 선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