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은 일은 쉽게 시작되는 법이 아니다. 안 된다고, 미친 짓이라고, 애초에 안될 일에 헛바람들기보다는 ‘빵’만이라도 지키겠다고 운동을 반대하는, 시작도 전에 지쳐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야를 사랑하는 동료 루벤은 이제 그의 인생을 찬란한 장밋빛으로 바꿔줄 법대 입학을 앞두고 오히려 마야의 참여를 만류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장미를 위하여 노조원들의 회합에도 나가보고, 건물주와 입주자들을 성가시게 만들다 마침내 거리투쟁에 나선다.

    노동자들보다 2배나 되는 성난 LA경찰들, 몽둥이 찜질을 해대지만(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들은 ‘우리는 빵뿐 아니라 장미도 원한다’는 프랑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인다. 또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우리에게 장미를 주려하지 않는다, 단결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목소리의 강도를 높인다. 마침내 여론이 들끓게 되자 용역회사는 무릎을 꿇는다. 그들의 강한 의지 앞에 회사의 횡포는 물렁물렁한
  벽이었을 뿐이다.
줄거리만 보면 바닥인생의 살벌한 노동운동기 같지만 그런 느낌은 거의 없다. 우선 남자 주인공역인 샘을 상당히 부드럽게 그리고 있다. 사람들을 선동할 때는 투사 같지만 그렇지 않은 대목에서는 천진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마야와 처음 만나 대화하는 것도
쓰레기통 안이고, 건물주를 귀찮게 한다는 것이 그의 식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또 강의 도중에 마야의 유혹을 받고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또 하나 남미인 특유의 느긋함도 영화의 유연함에 한 몫 한다. 마야가 전쟁이라도 벌일 듯 청소기를 돌리고 있을 때 동료는 여유있게 일하라고 가르친다. 청소기를 남자로 생각하고, 마치 댄스 파트너이듯이 리듬에 맞춰 춤추듯이 즐겁게 일하라고. 시범을 보이는 그녀의 리드미컬한 동작은 정말 댄스파티라도 온듯 흥겹기까지 하다. 또 시위하다 경찰서에 잡혀온 사람들은 이름을 묻는 경찰 앞에서 에밀리아노 사파타, 판쵸비 야주니어 등 남미 혁명지도자들의 이름을 대고 키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