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긴장해야 할 장면은 언니 로사가 남편을 살리기 위해 노조와 동생을 배신하고 고발해서 자매가 맞붙었을 때이다. 집 나간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족을 먹여살려야 했던 내가 이제 남편과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너희들을 고발했다고 해서 정말 배신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언니의 인간적인 질문에 마야는 할 말을 잊는다. 사창가에서 아이를 낳는 동안 가족이라도 자기 배가 부르면 내가 뭘하든 걱정이나 했었느냐고 절규할 때는 참 많이 아프다. 남의 암보다도 내 감기가 더 큰 고통인 것이 세상인심이니까. 그런 언니의 말에 충동을 받은 마야는 주유소를 털어 대학 등록 포기 사태에 이른 루벤의 등록금을 마련해주고 추방된다. 마야는 자존심과 명분을 얻지만, ‘장미’도 ‘빵’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아픈 법칙을 이 자매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된다.

    작년에 본 영화이야기를 이번에 꺼내는 이유는 외국 노동자 문제가 미국 사회의 불법체류자만의 이야기일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감독에 의해 외국노동자들의 신산한 한국 생활을 그린 <바리케이트>란 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수년 전 일이다. 또한 11월말 현재, 외국 노동자들은 40여 만 명에 이르고, 이들 중에 4년 이상 불법체류자 8만 명, 불법체류자 합법화 신청에
 

신청 안 한 4만 명 등 12만 명이 불법체류자로 남아 있다. 정부가 이들을 찾아내어 강제 추방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강제출국 불안감에 시달린 몇몇 노동자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의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정부는 제3국 노동자들의 장기체류에 따른 사회적인 제문제와 외교문제, 경제기반 자체의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장기체류를 묵과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한국행에 드는 비용(대부분이 브로커 수수료)이 천만 원 정도라고 하니, 이 돈을 갚고 코리언 드림까지 이루려면 장기체류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그들은 무너져가는 우리네 3D 업종을 튼튼하게 지켜주고 있는 숙련된 기술자들이다.

이민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요즘, 한 쪽에서는 이 곳이 꿈과 희망의 땅이라고 빚을 내서라도 찾아오고 있다. 100만 이주노동자의 시대도 멀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이젠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겁이나 주고 명분이나 세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제대로 지켜져야 하되 함께 잘 살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기를, <바리케이트>에서 보여진 약자를 울리는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 하루 빨리 사라져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