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한산도에는 울창한 수풀 속에 ‘제승당’이 우뚝하다. 임진년 이듬해 이순신이 3도 수군통제사가 되면서 통제영으로 쓰던 곳이자 한산도대첩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임진년 7월 6일 전라 좌ㆍ우수사 이순신ㆍ이억기 연합함대는 경상도의 왜적을 치기 위해 여수를 떠났다. 노장 이순신은 48세, 왕족 이억기는 겨우 32세였다. 이들이 노량에서 원균을 만나니 이로써 이순신(거북선 3척을 포함 24척), 이억기(25척), 원균(7척) 등이 이끄는 56척의 연합함대가 만들어졌다.
이 때 거제도 서북쪽 견내량에는 적장 와키사카가 지휘하는 70여 척의 함정이 정박하고 있었다. 임진난 초 왜적의 수군사령관 와키사카, 구키, 가토 등은 조선 수군을 우습게 알고 배만 서해로 보내고 자신들은 육로를 통해 서울로 가기로 했으나, 전라도에서 수군의 길이 막히자 부하들을 이끌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 중 도요토미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던, 와키사카(당시 39세)는 총사령관 우키타와의 특별한 친분관계를 이용, 같은 사령관인 구키ㆍ가토를 무시했으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평안치 않았다. 옥신각신 끝에 와키사카는 거제도의 북쪽, 구키ㆍ가토는 남쪽을 돌아 당포에서 만나기로 했다. 와키사카는 곧 바로 출발했으나 가덕도 근해까지 나왔던 구키ㆍ가토는 더 이상 전진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왜적을 일단 넓은 한산도 근해로 끌어내기로 했다. 일부러 쫓기는 척 하던 조선함대가 견내량에서 30리 거리인 한산도 앞 바다에 당도했을 때다. 이순신의 신호에 따라 함대는 돌아서서 적을 에워싸며 학익진(鶴翼陣)을 펼쳤다. 이어 돌격하는 거북선의 위력에 적은 궤멸되었다. 이 전투에서 적의 함정 73척 중 59척이 포화에 부서지고 불탔다. 와키사카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도망갔으나 그의 부장 와타나베 등 이름 있는 장수들은 전사하거나 배를 갈라 자결하였다. 그러나 대범한 도요토미는 패장 와키사카를 벌하지 않고 후일 지령서 한 장을 보냈다. ‘조선 수군을 만나면 싸우지 말고 무조건 도망쳐라.’

이리하여 조선의 바다는 보전되었다.
이순신의 한산도대첩이 있던 이 날, 훗날 도원수가 되는 권율은 ‘이치전투’를 이겨 전라도 전주를 지켜냈다. 이들로 인하여 임진란은 소강상태가 되나, 왜적은 경상도 남해안에 왜성을 쌓고 조선 할양을 요구하는 등 터무니없는 떼를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