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나이가 든 사람과 나이가 어린 사람, 이렇게 두 종류로 분류해 보는 버릇이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는 나는,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적당히 내려보고 “그 나이에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나이가 어린 사람이 했으면 얼마나 잘했을까” 등등의 선입견을 갖게된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의 성공은 우연이나 행운에 의한 결과일 뿐, 존경과 부러움으로 대할 것은 아니라는 무의식적 평가절하의 버릇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릇 경험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고 연륜만큼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은 없다고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1월 10일 <병무홍보대사 임명식>을 지켜보면서 나의 이런 일방적인 생각에 수정을 가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명예홍보대사 홍경민은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사람이다. 가끔씩 토크 프로그램에서 들려주는 제법 어른스럽고 영감스런 말투조차 귀엽게만 보였을 뿐, 그 속에서 공감이나 성숙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수일 뿐이었다. 실제로 그의 첫 인상 역시 그랬다. 포도알처럼 유난히 새까만 눈동자, 장난기가 묻어나는 가무잡잡하고 자그마한 얼굴.

그러나 이런 첫인상과는 달리 홍보대사로서의 마음가짐을 피력할 때의 그는 병무행정의 까다로운 고객이었으며, 우리 행정을 위한 진정한 홍보맨이었다.
그의 소감과 첫인사를 듣고 누군가는 병무청의 최초 병무홍보대사임명은 성공적이었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사실 처음엔 내심 우리 홍보대사의 임명을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낼지 불안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연예병사로 매일매일 쫓기는 일정임에도 그는 주어진 일 어느 한가지에도 소홀함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그는 병무홍보대사 임명을 즐겁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였다. 『화려한 무대가 아니면 어떠랴.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고 거기서 내가 할 일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소신을 다섯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그는 언제 어디서건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진정한 프로였고 자랑스런 병무홍보대사였다.

후배와의 대화를 통해 들려주는 얘기는 미리 준비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웠으며, 계획된 시간에 맞춰 얘기를 끌고 가고 맺는 능력은 치밀하고 능숙했다.
“군에 오기 전에는 거리에서 군인들을 보면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는데, 군에 오고 나니까 세상엔 온통 군인만 있는 것 같다” “인제에서 엄청나게 내리는 눈을 치우며 내 평생에 진정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며 능청을 떨기도 했으며, 『군에서의 명령이란 것이 그저 단순하고 무의미하게 반복되고 지리한 것 같지만, 그 일을 하다보면 합리와 효율로 설명되지 않는 계통과 질서의 의미를 알게 한다』고 얘기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