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금 젊음이 흥청대는 거리에서 여자친구와 차를 마시고 있어야할 이 시간에” “나는 가수 홍경민 인데 왜 여기서 쓸어도 쓸어도 쌓이기만 하는 눈과 씨름하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절절한 심정을 전달할 땐 많은 후배장정들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외치고 호소하던 “병역의무에 관한 한 누구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는 병역의무의 공정성과 형평성의 메시지를 그의 이 한마디를 통해 충분히 전달했으며, 그 효과는 훨씬 크고 깊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는 인기가 식어지면 다시 재기하기 어렵다는 주위의 걱정에 대해 군 생활을 통해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매니저와 코디에 의존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군 생활을 통해 얻었다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과연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영리한 청년이었다.

징병검사장에서 명예징병관이 되어 1급 판정을 받은 현역입영대상자에게 자신의 사인을 선물하며 밝게 웃어주던 그 어린 친구가 참으로 미덥고 든든했다. 병무홍보대사로서의 첫 활동을 통해 홍경민 상병은 우리 병무청에 큰 선물을 선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를 통해 지난 2월 미국시민권을 획득해 병역의무를 피해간 유승준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유쾌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명 연예인이 병역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는 군복무기간 동안 대중들에게서 잊혀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병역의무가 누군에겐들 부담스럽지 않으랴마는 특히 인기 연예인이나 체육인의 경우 그 영향은 훨씬 더 크다. 때문에 이를 둘러싼 갖가지의 유혹을 뿌리친다는 것은 의지가 여간 강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경민 상병 같은 젊은이들이 지금 우리사회에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대단히 희망적인 일이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후방에 있는 우리들은 영하 10도만 되어도 추위를 걱정하며 법석을 떨어댄다. 그러나 바로 그 시간 영하 20-3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과 싸우며 철책선을 지키고 있는 우리의 젊은 군인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병역의무의 중요성과 숭고성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