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청 직원들과 전화통화를 많이 하게된다. 이때마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지방청 직원들 특유의 억양이나 말투는 전라도가 고향인 내게 작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때론 무슨 말인지 몰라 서로가 재차 물어보기도 하지만 의사소통에 있어 사투리는 참 정겨운 요소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지면을 통해 우리고장 사투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네네 무시는 영판 크네이. 저노무 꼴랑지 진 것 보소.”
“자네는 이 가실에 먼노무 서답이 그리 많은가?”
“식구가 일 아닌가, 시누가 께울러서 이런다 마시.”
“시누 시집살이가 더 무서운 것이네. 깨깟이 뽈소.”
“워따! 저노무 배 장구통만이나 하네.”
“작것이 못할 말이 없네. 그런께 서방이 좋닥 한다네. 모심애 쌍둥이 날라네.”

이것은 이웃 두 젊은 아낙이 한 사람은 밭에서 무를 뽑아 가지고 오고 한 사람은 집에서 빨래를 가지고 나와 씻으면서 주고받는 대화다. 전라도가 고향이 아니고서야 시방 이것이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이처럼 허물없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서 두 젊은 아낙의 얼굴 모습이나 몸가짐이 손에 잡힐 듯이 아른거린다.

이 대화 가운데서 알기 힘든 말을 몇 마디 추려 설명해 보면 표준말에서 무를 우리 고장에서는 무시나 무수라고 하고, 꼬리를 꼴랑지라고 하고, 가을을 가실이나 가슬이라고 하고, 빨래를 서답(洗踏)이라고 하고, 사내애를 모심애라고 한다.
‘꼴랑지 진 것 보소‘의 ‘진’은 ‘긴’ 곧 길다는 뜻이다.
이 ‘기’ 발음이 우리 고장에서는 흔히 ‘지’로 나온다. 길을 질이라 하고, 기름을 지름이라 하고, 길쌈을 질쌈이라 하는 등이다.

그렇다고해서 강(江)을 장이라고 하거나 고랑(꼬랑)을 조랑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깨깟이 뽈소‘의 ‘뽈‘은 ‘빨’ 곧 빤다(洗)는 뜻이다.
이 ‘아’ 발음이 우리 고장에서는 ‘오’ 발음으로 잘 나온다.
그 단적인 예로 파리를 포리라 하고, 팥을 퐅이라고 하는 등이다. 피읖의 경우가 유난히 그렇다.
그리고 우리 고장의 발음은 대체로 되게 나오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게으르다가 께으르다로, 그러니까가 그런께로, 좋다고가 좋타꼬로 발음하는 것 등이다. ‘작것이’는 ‘잡(雜)것’이라는 말인데,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칭(?)이다. ‘말예요’ ‘말야’에 해당되는 ‘…마시’는 전라도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더 없이 정겹게 들린다.

전라도 사투리라고 많이 흉내내는 ‘왔당께로’, ‘그런당께로’는 실상 극히 일부 지방에서 극히 일부 사람들이 간혹 쓰는 말이고, ‘…디유’는 ‘…시유’와 함께 충청도 사투리에 속한다.

전라도 사투리의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대표적인 특색은 ‘…다우’나 ‘…라우’라는 어미다. ‘왔다우’는 ‘왔습니다’ 또는 ‘왔습니까?’라는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그랬어라우’ 역시 ‘그랬습니다’ 또는 ‘그랬습니까?’에 해당되는 것이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사투리는 표준어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각 지방의 특색을 잘 나타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