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김두성 동문(서울사대부고 18회)을 만나러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은 일행 다섯은 차창으로 스쳐 가는 가을 경치를 감상하느라, 얘기꽃을 피우느라 2시간이 언제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대전터미널에서 차로 10여 분을 달려 정부대전청사에 도착하니 정 현관입구에서 김 동문이 직접 나와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설치미술이 눈에 띄고 직원들이 직접 만든 분재 전시, 붓글씨 작품도 보였다. 다소 딱딱할 것 같은 공간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먼저 병무민원상담소에 들러 상담소를 설치하게 된 배경과 그동안의 상담실적 등 자세한 설명을 담당관으로부터 듣고 병무민원상담소를 둘러보았다. 첨단시설을 갖춘 전자우편센터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우편물 발송 과정을 보고 놀랐다. 병무청 하면 비리가 연상되곤 했는데 징병검사에서부터 업무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완전 전산화된 지금의 행정시스템이라면 비리가 끼어 들 여지가 전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30여 년 동안 병무행정에 힘쓴 김두성 동문의 노고를 읽을 수 있었고 더불어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병무청장실에 들어서니 18층이라 사방이 확 트이고 널찍하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창문 아래로는 산책로, 헬기장, 주차장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벽 위쪽에는 역대 청장님 사진과 김두성 동문이 노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2003. 3 신임장 제정시)이 걸려 있다. 17대 청장이 되셨으니, 우리들이 사대부고 18회인 것을 감안하여 18대 병무청장도 꼭 되기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차를 마시며 그동안 김동문이 겪어 온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입대 1개월만에 PX요원에서 최전방 수색부대로 전속되었으나 그것이 결국 자신의 인생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는 김동문의 군대이야기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지금 병무행정의 수장이라는 자리가 하루아침에 얻은 행운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겠다.

또한, 공직생활 중에도 틈틈이 공부하여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82년), 미국 아이오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88년)했으며, 작년에는「한국병역제도의 결정요인에 관한 역사적 고찰」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니 김 동문의 끝없는 도전정신과 학구적인 품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요즘은 매일 아침 병무청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는 <모닝메모>가 직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단다. 모닝메모 한 건에 대한 조회 수는 많을 때는 1,200여 번이 넘는다니 병무청 직원 수가 1,700여 명이지만 지방출장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매일 한번씩 조회하고 있는 셈이 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로 시작하는 김 청장의 모닝메모에는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병무행정에 대한 자신의 철학 등이 간략하게 실려 있으며 특히 직원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격려가 담겨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단다.

그의 취임 후 징병검사대상자가 신체검사 할 때, 수치심을 덜게 하려고 웃옷을 입고 검사를 받게했다고 하니 이 또한 그의 세심하고 자상한 성정이 낳은 인간미 넘치는 배려이고 정책이리라.

얼마 전에는 자신이 복무하던 전방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현대식으로 잘 갖추어진 시설들을 보고 흡족했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관사를 들러와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밤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리며 병무청을 지키고 있는 김두성 동문이 있어 우리들 어깨도 으쓱하고 든든하다는 생각을 하며 서울행을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