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에서 한국인이 미국에서 원정출산으로 낳는 아기가 연간 5,000여 명에 달한다고 발표하여 한국인의 자긍심을 크게 훼손시킨 이후로 원정출산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병역자원의 감소로 대체복무제도 폐지가 검토되는 상황하에서 병무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중 일부에게는 관광진흥법위반과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고있지만 대다수는 혐의적용이 곤란한 실정이다. 개인의 행복추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절대적인 권리이므로 이를 국가가 간섭하거나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실정법을 위반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개개인의 행복추구가 사회적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느냐 없느냐의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21C 사회민주주의 헌법은 과거 국가가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이 아닌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합의한 사회적 질서이며 약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없는 개개인의 행복추구는 마땅히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자식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 주기위한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등은 허탈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과연 원정출산이 공교육의 부실과 극심한 취업란 때문일까? 물론 이러한 이유도 상당부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병역기피의 목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례로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의 80%가 아들이라는 점이 이를 대변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원정출산의 이유로 자녀의 공교육 문제를 우선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교육동기가 병역문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덜 비난받으리라는 사실을 감안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병역기피의 문제는 단순히 병역자원을 잃는다는 문제만은 아니다. 이 나라 상류층 상당수가 이렇게 편법으로 군복무를 면제받게 된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가 아니라 못 가진 자만이 부담하게되는 천역이 되고 말 것이며, 군 복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에게서 충성심과 사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정출산을 직접적으로 막을 방법은 현재로는 막연해 보인다. 그러나 원정출산으로 얻는 반사적 이익을 제한하는 사후 입법은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원정출산으로 인하여 이중국적자가 된 사람의 국적선택 시점을 국적법을 개정하여 병역의무 이행시기인 17세 이전이 아닌 그 이하로 대폭 낮춤으로써 이중국적으로 얻는 혜택기간을 제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