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 의무는 헌법상의 의무로부터 출발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 속에는 양심형성과 양심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와 함께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양심실현의 자유까지도 포함한다고 보면서, 내심적 자유는 절대적이지만 양심실현의 자유는 타인의 기본권이나 헌법적 질서와 저촉되는 경우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보고 있다. 즉 양심의 자유가 내면적 자유로 절대적 기본권이라 하여도 밖으로 표출되는 경우 헌법질서 속에서 상대적 기본권으로 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논거인 양심의 판단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게 된다. 더구나 우리는 헌법에서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병역의 의무는 이 헌법상의 의무로부터 출발한다. 헌법상의 이런 규정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과 같은 국가들과 우리 헌법질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독일은 헌법에서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하여 헌법에 명문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국가의 예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실정법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건강한 남자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남자는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군대를 가야 한다. 군복무는 단지 의무를 이행한다는 것 뿐만은 아니고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경험해도 좋은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참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공부하고 활동할 중요한 시기에 군대를 간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 와중에서 병역비리는 수시로 우리 사회에 추한 모습이 드러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때문에 병역의무 흔들려선 안돼
그동안 우리 사회는 민주화 속에서 성숙되면서 인권의 신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런 틀 속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도 인권의 차원에서 다시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의 이익이 중요하다고 하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개인의 이익을 단순히 희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주어진 양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자신의 신념도 중요하고 그 이익도 중요하나 정치적 공동체로서 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한 국가의 이익과 국민전체의 이익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근대 시민정신은 이런 연대감을 통하여 국가의 존재를 확인하였고 국가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었다.

자주국방을 추구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국가안전과 방위를 위한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한 누구나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 깨어져서는 안 된다. 이 평등의 원칙이 깨어진다면 더 이상 병역의 의무는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헌법질서는 개인의 이익과 함께 전체의 이익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제 양심에 쫓아 병역을 거부하는 자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왔다. 그렇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문제 때문에 병역의 의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