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9·11테러를 통해 그러한 환상에서 깨어났듯이 일본 역시 열도를 둘러싼 바다가 더 이상 보호막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998년 8월 북한의 광명성 1호 발사실험에서 사정거리 2,500km를 상회하는 3단계 추진 로케트가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이다. 초국가적 위협의 대두와 함께 최근 북한의 핵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일본의 위협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위협인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근본적인 전략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기존의 전수방위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이고 ‘공세적인' 방위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수방어란 상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사용의 정도를 최소한으로 한정하는 ‘수동적인 방어전략 태세'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일본은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 확대와 함께 정보수집 능력 강화, 선제공격 가능성 거론 등 그 어느 때보다도 ‘공세적인'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

첫째, 일본 자위대는 인도적 차원을 넘어서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2001년 10월 일본 의회는 9·11테러를 계기로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11월 전쟁이 아닌 대테러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2차대전 이후 최초로 평시가 아닌 전시작전 지역에 대한 자위대의 파병을 성사시켰다. 2002년 12월 고이즈미는 미국이 이라크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프간전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이지스함 ‘기리시마'호를 인도양에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같은 조치는 일본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확대하면서 최첨단 레이다 및 미사일 요격능력으로 무장한 이지스함의 해외 실전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2003년 11월 1일 테러대책 특별조치법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일본 중의원은 10월 3일 이 법안의 시한을 2년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2004년 초 이라크 안정화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자위대 병력을 추가로 파병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은 과거 재해대처를 위한 평시활동에 주안을 두었던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여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둘째, 일본은 기존 외부로부터의 직접침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세적 전략에서 벗어나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무장 공작선, 테러 등의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전략으로 방위정책을 전환하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위협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는 5월 20일 “다른 나라가 일본을 공격할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일본 국민이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다”고 언급함으로써, 만일 북한이 일본열도에 대해 실제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은 유사법제의 마련을 통해 적의 공격우려 시 또는 사전 공격 예측 시 즉시 전쟁동원체제로 돌입이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현실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