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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일본의 한 우익단체가 독도상륙을 시도하다가 되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마침 우리나라 유명배우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이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던 터라 이 사건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 일본의 이중성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찍이 루스베네딕트는 이런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국화와 칼>이라 명명했다.
일본연구의 입문서로 널리 읽히고 있는 <국화와 칼>은 1944년 미국무성의 海外戰意分析課회의의 정식 멤버였던 루스 베네딕트가 문화인류학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본의 실체와 형성배경을 분석한 것이다. 예의바르고 조용한 일본 사람들 마음속에는 무서운 칼이 숨겨져 있다는 의미로, 일본인 특유의 모순적 성격, 호전적이면서 심미적이고 무례한이면서 공손하고 충성스러우면서도 간악한 면을 등을 국화와 칼이라는 말로 상징화한 것이다.
베네딕트는 패전 후 일본의 진로를 예견하면서 <일본의 행동동기는 기회주의적이라 만일 사정이 허락되면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자기위치를 구하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기위치를 찾기 위해 무장하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는데,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경향과 극우단체의 움직임에서 60년 전의 예견이 불길한 조짐으로 읽혀져 이 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침략국인 일본에 대한 객관적이고 치밀한 이해를 통해 전후 일본을 어떻게 상대하고 다스리느냐하는 전략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저변에는 모든 인류문화의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베네딕트는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도 결국 상대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의 시각과 잣대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일지라도 "그들의 시각과 잣대"를 들이대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올바른 이해는 너그러움, 관용성과 통하며, 이를 한 인간과 개인의 문제로 연결시켜 보면, 상대를 좀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또, 서양인이 바라본 동양인이야기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결국엔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깊었다.
금년 1월부터 일본의 대중문화가 완전히 개방되어 일본은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왔다. 이제 일본은 <克日>보다는 <함께 가야할 우리의 가장 친한 이웃>으로 새롭게 인식하고 평화로운 관계로 협조해 나가야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평화로운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노력과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국화와 칼>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 내가 읽은 이 책, 국방일보 2004년 5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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