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실현'은 그것이 타인의 명예와 권리,  헌법질서, 실정법 등에 저촉되지 않을 때만 인정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 헌법체제 내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하겠다. 우선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 내지 신념은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한다. 양심의 자유의 내포와 외연과 관련해서 보면, 양심의 형성 및 결정은 내심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때 절대적으로 보장된다. 양심의 ‘실현'은 그것이 타인의 명예와 권리, 헌법질서, 실정법 등에 저촉되지 않을 때만 인정된다. 이것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이며 헌법학계의 통설이다.
이러한 입장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해서도 물론 지지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집총)거부 행위는 우리 헌법과 병역법이 정하고 있는 ‘국가의 근본질서', 즉 국민개병제 및 징병제를 근저에서부터 와해시키는 것이기에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 헌법체계 내에서 결코 수용하기 어렵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여부는 국민의 기본의무인 국방의 의무 내지 병역의 의무와의 관련 하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병역 의무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에게 공평하게 부과되는 인적 부담(일신전속적인 공적 부담)이다. 그래서 수범자인 당사자들에게 병역이냐 아니냐(즉 수용이냐 거부냐)의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기본적 의무'의 본질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권리인 양심의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의무인 병역의 의무가 충돌하게 될 경우, 당연히 후자에 우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만의 하나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게 된다면, 양심의 ‘실현'을 구실로(예컨대 국가가 자기가 납부한 세금을 올바로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개인적 신념을 내세워) 납세거부권도 인정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함께 양심적 납세거부를 인정하게 되는 날 대한민국의 존립이 위협받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은 우리 헌법체계 내에서 결코 수용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평등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게 될 경우, 이는 종교를 이유로 한 사회적 차별(특혜의 제공)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다른 종교로부터 불만을 야기할 것이다. 살생을 금하는 것은 불교나 기독교나 모든 종교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여호와의 증인에게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종교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으며(종교간 차별), 특권적 제도의 설정과 종교에 대한 국가의 정치적·사회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면을 고려할 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