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는 ‘윗수가 마을'로 버스 종점인 ‘아랫수가 마을'과는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시골이라 버스시간이 정해져 있고, 버스 기사님도 일정기간씩 돌아가며 근무해 친해지기도 한다. 붙임성 좋은 기사님들은 동네 할머니, 아주머니들과 농담도 즐겨하시고 덕분에 종종 삶은 옥수수나 귤 같은 먹을거리도 받기도 하신다.

조금 늦게 퇴근 할 때면 다른 동네 사람들은 다 내리고 나 혼자 남을 경우가 많다. 어떤 기사님들은 “아가씨 좀 일찍 다녀요!” 하시기도 하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시고는, 수가리까지 간다고 하면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나만 아니면 좀더 일찍 퇴근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다.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고맙습니다”고 하며 버스를 내렸다.

그런데 2월쯤에 버스기사님이 바뀌었다. 버스를 내리려는데 “아가씨 저렇게 어두운데 혼자서 갈 수 있어요 무서울 텐데?” 라고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늘 다니는 길이라 괜찮아요” 하며 내렸는데 기사님은 내가 어두운 곳을 지나 가로등에 다다를 때까지 떠나지 않고 지켜보셨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다음에는 버스를 내려서 무조건 뛰기 시작했다. 어떨 땐 아랫마을 손님이 타고 있는데도 몇 분 동안이나 기다리신다. 정말 따뜻하고 고마운 기사님이시다.

얼마 전 “민원친절봉사왕”상을 받았다. 작년 12월에 민원인이 쓴 그린카드 때문이라고 했다. 그 민원인의 이름을 듣고서야 어렴풋이 연기절차에 대해서 안내했던 것이 기억나긴 했지만, 상을 받을 정도로 친절했는 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내가 마음을 다해 친절하게 대했는지 아니면 형식적이지만 자세하게 설명해 드렸는지... 상을 받게 해 준 그 민원인이 고마웠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작은 것이었지만, 그 사람에게는 큰 것이었나 보다.

“민원친절봉사왕”상은 많이 부족한 나에게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살피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밤길을 항상 지켜주시는 버스기사님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베풀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