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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어머니, 아니 아줌마들. 그네들의 억척스런 삶은 지금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누리는 삶의 밑힘이었다는 칭찬을 받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염치없고 교양없음의 대명사로 불리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런 아줌마에게도 가슴조이며 사랑에 잠못이루던 가녀린 시절이 있었을까?
‘나의 어머니께…'라는 오프닝 자막으로 시작하는 <인어공주>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흐뭇한 답안을 보여주는 아름답고 건강한 작품이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하나로 묶는 환타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현실의 무게를 제대로 실은 덕분에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와 감동을 느끼며 젊은 날의 빛나는 사랑 속으로 푹 빠져들게 한다.
자칭 목욕관리사, 즉 때밀이인 엄마의 특기이자 취미는 시도 때도 없이 침뱉기, 욕설 퍼붓기, 싸움질 하기, 남이 버린 재활용품 모아들이기, 팔다 남은 삶은 계란 먹기. 이렇게 억센 아줌마의 특징으로 일관하는 그녀는 상가집에 가서도 고인에 대한 애도는커녕 빚보증 서게 해놓고 자기만 편안하게 죽었다고 악다구니를 해댈만큼 피폐하고 황량해져 있다.
또 아버지는 계속되는 빚보증으로 가족을 가난으로 내몰고, 나영의 대학과 직장에서 보내주는 뉴질랜드 연수까지 포기하게 하는, 그래서 엄마로부터 인간대접도 못받는 그저 약하고 착하기만 한 무능력자이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군주가 자비심이 지나쳐서 나라를 약하게 하고 따라서 나라를 파멸케 하느니보다, 가혹하다는 악명을 받더라도 국민전체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무한 경쟁 시대에 사는 이 시대 가장의 현주소 역시 그러한 군주들의 위치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가혹한 악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큼 독하거나 뻔뻔해지거나 의식하든 안 하든 상 대방을 밀어내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 아닌가. 가만히만 있어도 도태되는 세상에, 마음만 넉넉한 아버지 때문에 나영 가정은 단란함조차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영이 ‘가족이 없는 고아인 네가 부럽다'며 애인에게 푸념할 때도 그저 철없는 소리라고만 몰아칠 수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는 ‘세상에서 엄마 냄새가 가장 좋다'고 말했을지도 모를 20대의 나영은, 이제는 부모의 구겨진 인생을 보며 결혼에 대한 환상이라던가 아름다운 삶에 대한 꿈은 아예 접어 놓고 산다. 영화의 도입부는 이렇게 얼룩지고 칙칙하다.
그러나 나영이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떠난 섬여행, 거기서 20살의 순진한 엄마 연순을 만나면서부터 영화는 그 색깔을 180도 확 바꿔버린다. 고아로 어린 동생 뒷바라지를 하는 20살의 연순은 물일 밭일을 억척스럽게 해내지만 좋아하는 남자, 우체배달부인 진국(젊은 날의 아빠) 앞에서는 말할 수 없이 수줍은 처녀가 된다. 순진하고 서투르지만 생명력이 넘쳐나는 연순, 착하고 따뜻한 진국. 이 두 사람을 통해 영화는 때묻지 않은 젊은 날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람을 맑게 만드는 진실한 힘으로 시종 영화관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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