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왜 필요하며 군인은 어떤 일을 하는 존재인가
세상이 온통 양심에 대한 논란으로 뜨겁다. 양심적 병역거부인정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고, 특히 주한미군 마저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국가가 우리사회 마이너리티들에 대해 좀더 관용을 베풀고 성숙된 자세로 다가가 줄 것을 호소하는 주장도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한 해 600-700명을 감옥에 보내 전과자를 양산하는 현행의 제도를 개선, 50년을 일관되게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제공, 병역을 대신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들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우리사회가 “군대의 존재 목적”과 “병역의무 부과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해석을 잘못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군대는 왜 필요하며 군인은 어떤 일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자유와 평화가 양심만으로 지켜진 예가 있는지, 있다면 말해보라고.

군인은 홍수로 무너진 둑을 쌓고 폭설로 덮인 거리의 눈을 치우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봉사단체가 아니다. 물론 천재지변 등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앞장서서 봉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군대는 어디까지나 “전쟁을 대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이 세상에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군대는 지속되어야하며, 이는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복무기간을 늘리고 현역 못지 않게 힘든 분야에 일하는 것으로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족 대표는 자신들은 결코 국민의 도리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보다 더 어렵고 혹독한 일이라 하더라도 결코 피해가지 않을 것이며,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는 군의 본질적인 임무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물론 평시라면 그들의 의견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쟁이 나도 집총을 거부하며 전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는 그들의 주장은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할 때 뒤에 남아 타인의 희생에 무임승차하겠으니 합법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단정할 수 없는 세상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도 전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완벽한 면제부 요구
그들은 또, 유명 선수 등을 들먹이며 이미 우리가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대상에 편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냐고 묻는데, 그들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질적으로 다르다.
전쟁이 나면 대체복무 중인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은 물론 네덜란드에서 활약하고있는 축구선수 이영표도 4주간의 신병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하는 것처럼, 지난 월드컵의 영웅들 또한 총을 들고 전장에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 모든 의무를 면제받는 “특수한 대체복무제”를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고 전쟁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이들의 요구는 소수의 인권 문제로만 이해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