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끝내고 미래의 근무기관이 될지도 모를 정부종합청사를 둘러보고 내려가겠다는 꿈같은 계획은 접었다. 우선은 이 잔인한 과천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 먼 옛날의 시골선비가 이같은 심정일까?
기분이 말이 아니다.
집에 내려가는 열차안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어머니, 저 면접 다 끝냈어요. 근데 저 실수한 것 같아요”
“야야, 마 우짜겠노? 됐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아이가. 지난 여름에 니 아~들 봐감서 그리 열심히 했는데 다 잘될끼다”
결혼 전부터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다 둘째 아이 갖고는 힘들어 사직했는데 그때 누구보다도 며느리의 사직을 아쉬워하셨던 분이 바로 어머니이다.
세살, 네살 연년생 아이들이 잠든 침대머리 맡이 얼마나 훌륭한 공부방이었는지.
지역주민에 봉사하는 지방직과는 뭔가 다른, 좀더 직접적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헌신하는 것 같은 국가직에의 매력, 그런 공직에의 참여 기회를 한번 더 갖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물거품이 안되었으면..

수신 뉴욕총영사
경유 외교통상부장관(영사과장)
제목 국외여행기간연장원 처리결과 통보

관련근거 00호에 의한 귀 영사관 국외여행기간연장원 신청자 000님의 국외여행기간연장이 허가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행정주사보 정정미
시행 소집과-00(2004.04.01)

 

 

 

 

 

이렇게 나의 공직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아줌마의 눈물나는 재기성공이다. 이년 전 과천의 근심덩어리의 기억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그리고 실수 때문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그 두분의 면접관들은 분명 가슴이 따뜻하신 분들이었을 게다.

바야흐로 친절과 혁신이 병무행정의 화두(話頭)가 된 지금, 나는 과연 소위 그 코드에 맞는 행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다시한번 자그마한 각오를 다져본다.
한 발자욱 내가 먼저 다가가는 고객중심의 병무행정, 가슴 따뜻한 고객감동의 행정을 실천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