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막상 입대하고 그에게 주어진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군부대이니 만큼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만 이루어 질 수는 없는 일…. 마술을 위한 장비, 비품준비부터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했던 그는 나름 힘들었던 면이 있었음을 실토한다.

“처음에는 정말 큰일이다 싶었습니다. 제가 주로 했던 대형 마술들을 할 수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과연 내가 여기서 어떻게 마술을 계속할 것인가.. 회의감도 들고....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힘들었지만 차츰 해군에 적응하면서부터는 제 생각이 바뀌어져 갔습니다. 우선 무엇보다 해군에서 제가 얻은 교훈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순수한 마음으로 공연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행사와 공연을 다니면서 화려하고 커다란 행사에서 쏟아지는 갈채와 환호, 조명과 박수소리는 없어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늘에 가려져 있는 장애인들이나 보육시설에서 마주치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오히려 더욱 저에게 힘이 되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술사로서 명성 얻을 것만 찾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누구이든 그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서로 영혼을 교감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보람되고 가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뇌었습니다. 몇 개월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찾았던 논산의‘장애우 보육시설’에 행사지원을 다녀오고나면 항상 제 마음이 가볍고 제가 마술의 길로 접어들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마술사 이은결 수병은 이미 마술가로서 눈앞의 상업적 이익만이 아닌 진정한 마술사로서 보다 커다란 자신만의 포부를 확실히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군에 입대이후 커다란 국가적 행사지원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내기도 했다.

“1년에 약 120회 이상의 공연을 하였습니다. 사실 공연 한번 나가는데 준비과정까지 고려한다면 굉장히 힘든 일이었지만 1년 동안 120회 이상의 공연을 무사히 성공시켰던 것이 한편으로는 굉장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러면서 얻어지는 보람도 무척 컸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2008년 여수엑스포 유치를 위해 프랑스에 가서 지원공연을 했던 일입니다. 군인신분이었지만 국가에서 하는 큰 행사에 참모총장님의 배려로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역사적인 무대인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에서 ‘한국의 밤’행사에 젊은 예술가 중 대표로 제 공연을 선 보였던 것은 군 생활에 있어 가장 큰 추억이자 큰 영광이었습니다. 또 엑스포 유치도 성공했고요.”

국가적 행사 뿐 아니라 군 차원에서도 이은결 수병의 활약은 눈부셨다. 덩달아서 이제 해군이라면 누구나 마술을 보는 눈도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명성을 아는 각 지방단체에서까지 해군에 수시로 지원요청을 해왔다. 쇄도하는 이은결 수병의 연이은‘러브콜’을 사양해 내는 일도 하나의 업무가 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인기로 인해 어떠한 특혜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친다.

“특혜요? 어떤 것이 특혜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행사지원 다니느라 정신없었던 것 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 하루라도 마음 편히 쉬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 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