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의 양심 판단에는 주관성과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
설령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병역 내지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의 진실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아무리 명석한 판사라 하더라도 내심의 영역에 있는 양심을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요구하는 대체복무는 기존의 대체복무와는 전혀 다른, 사실상 병역면제와 차이가 없는 것이라는 점에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를 비롯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일반 대체복무자들이 받는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 8년간의 예비군 훈련, 그리고 전시상황에서 동원령이 발동될 경우 이를 따라야 하는 의무 등에서 면제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집총거부는 물론 군복은 절대로 입지 않겠다는 것, 군대 근처에는 가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군복무의 1.5배 정도 되는 대체복무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우리 국민들이 양해해 주고 사회적 합의를 해줄지는 의문이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 인정은 결국 현역병 자원의 감소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현역병의 복무기간 연장을 초래할 위험성도 있다. 이는 극히 불합리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현역으로 가면 바보'라는 자조적인 생각들이 일반화되면 결국 누가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키려고 하겠는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이나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병역기피자로 엄중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 그간 우리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재징집에서 제외될 수 있는 최소형량인 1년 6월의 징역을 선고해 왔다. 나름대로 인도적인 배려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해결책은...
그럼에도 이들을 아예 처벌하지 말자는 요구는 현행법체제 하에서 과도한 것이다. 병역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나 병역의무 이행거부자(또는 기피자)에 대한 처벌의 평등 및 형평성 확보를 위해서도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새로운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존 대체복무제도(산업기능요원, 연구전문요원, 공익근무요원 등)의 수혜자를 확대하는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열심히 자신의 기능과 실력을 쌓아 이러한 기존 제도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길밖에 없다고 하겠다. 기존의 대체복무제도에 대하여는 널리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들이고, 또 기능·학력 등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해 선발하도록 돼 있다. 양심과 같이 주관적이고 자의성이 개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악용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기존의 제도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최대한 흡수하는 것이 불완전하지만 현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 하겠다.

현행 법체제 하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불가피하게 전과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일반 형사범 내지 파렴치범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평생 동안 전과자 꼬리표를 달도록 하는 것은 비인도적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복역 후 사회에 진출하려 할 때 취업이나 해외여행 등에 있어 부당한 인권침해가 없도록 배려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