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요구하는 대체복무제도는 현행의 대체복무와 전혀 다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현재도 대체복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동일선 상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유엔 인권위원회는 1998.4.22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마그나카르타’라고 하는 77호를 결의하였는데 1항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 이미 군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있다”라고 함으로써 입영전 뿐 아니라 군복무중에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대만도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복역중인 사람 등의 대체복무를 허용하였다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현행의 대체복무제도와 동일선 상에서 보는 것은 지금의 대체복무 제도의 이해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행의 대체복무제도는 잉여 병역자원의 범위 내에서 정부가 복무분야에 따라 인원을 배정하고 매년 병역자원 수급을 고려하여 조정하고 있으며, 현역 또는 보충역으로 근무중에는 어떠한 경우도 대체복무가 불가하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대체복무 대상자를 통제할 방법이 없으며, 따라서 극단적인 경우 병역자원 수급에도 영향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현재 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복무중인 자가 양심적 병역거부권를 선언한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넷째, 우리와 안보환경이 비슷한 대만과 비교하여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주장하지만 우리와 대만은 병역환경이 전혀 다르다.
1997년 대만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것은 국방부가 국군정실방안(國軍精實方案)을 채택하여 병력감축을 추진함에 따라 잉여 병역자원이 사회문제가 되어 병역자원의 활용을 위해 도입하였다.
우리의 경우는 ’60~’70년대의 가족계획과 핵가족화의 경향으로 <그림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병역자원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참여정부 출범 후 현역병에 대한 2개월 복무단축에 따라 연간 2만 여명의 병역자원이 추가 소요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병무청에서는 현역에 준하는 전투경찰, 상근예비역 등 일부만 제외하고 대체복무의 단계적인 축소 또는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표5 참조>. 예를 들어 산업기능요원의 경우는 ’02년도 17,000여 명 배정하였으나, ’03년도 8,000여 명, ’04년도 4,000여 명으로 축소 배정하고, ’05년부터는 폐지하는 것으로 정책이 결정되어 언론에도 발표된 바 있다.
또한 부족한 병역자원의 추가 확보를 위해 그 동안 현역복무가 아닌 보충역(공익근무) 복무대상이던 고등학교 중퇴자, 중학교 졸업자 중 신체등위 1급 내지 3급자도 ’04년부터는 현역으로 의무부과할 예정이며, ’07년 이후에는 작전전경, 해양경찰 등 대체복무자에 대해서도 추가 감축이 필요하고, 상근예비역의 경우는 신체등위 4급자의 활용까지도 검토되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새로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은 병역자원 운용 측면에서도 사실상 곤란한 실정이다.